「부실경영」책임물었다…제일銀 소액주주, 경영진상대 승소

  • 입력 1998년 7월 24일 19시 40분


소액주주들이 은행 임원들의 부실경영 책임을 묻기 위해 제기한 국내 최초의 주주대표소송 1심재판에서 승소했다.

이번 소송을 주도한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는 늦어도 8월중 삼성전자 이건희(李健熙)회장과 SK텔레콤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5개 퇴출은행 소액주주와 부실대기업 주주들의 소송도 잇따를 전망이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7부(재판장 전효숙·全孝淑부장판사)는 24일 김선화씨 등 제일은행 소액주주 61명이 “한보철강에 거액의 부실대출을 해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며 이철수(李喆洙)전행장 등 제일은행 전직 이사 4명을 상대로 97년6월에 낸 4백억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제일은행에 4백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전행장 등 당시 경영진이 소액주주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한보철강의 재무구조와 채권 회수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대출해 은행과 소액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힌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한보철강에 대한 일부 채권을 매각하면서 25%를 감액해 최소한 2천7백억원의 손해를 입힌 만큼 김씨 등 소액주주들이 청구한 4백억원을 모두 배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에 따라 이전행장 등은 예금 부동산 등 개인재산을 처분해서라도 제일은행측에 4백억원을 배상해야 한다. 이전행장 등이 배상하지 않을 경우 소액주주들은 이들의 재산을 가압류해 경매처분할 수 있다.

또 법원 판결의 유효기간인 10년 동안은 이들에게 추가로 생기는 재산에 대해서도 강제집행이 가능하며 그 이후 똑같은 소송을 다시 제기해 손해배상 시효를 연장할 수 있다.

이번 판결은 상법 403조에 규정된 소액주주권중 하나인 주주대표소송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소송을 대리한 김석연(金石淵)변호사는 “주주대표소송을 내면 소송이 끝날 때까지 주식을 팔 수 없고 주주들에게 실익이 없어 그동안 한번도 제기된 적이 없다”며 “이번 소송으로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무시해온 기업의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 등은 제일은행 주식의 0.5%인 82만주의 주주들을 모은 뒤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위원장 장하성·張夏成고려대교수)를 통해 “경영진의 부실경영으로 수천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4백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한편 참여연대측은 5대 그룹 등에 대한 주주대표소송 제기 여부를 향후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지금까지 총 7천4백여억원에 달하는 재산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5개 퇴출은행의 소액주주 82만명의 소송도 잇따를 전망. 특히 동화은행 주주들의 대표소송이 곧 제기될 것으로 금융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강운·이호갑·부형권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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