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홍두표/IMF시대의 게임산업

  • 입력 1998년 7월 9일 19시 34분


인간의 특성을 지칭하는 말 가운데 ‘호모 루덴스(유희의 인간)’가 있다. 이처럼 여가를 즐기는 것은 인간의 고유한 특징 중 하나다. 특히 승패가 갈리는 게임은 일상사의 단조로움을 깨고 삶의 활력을 준다.

선진국에서는 게임산업을 레저관광산업으로 육성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다만 도가 지나쳐 도박이 되지 않도록 정부의 감시와 규제 또한 만전을 기하고 있다. 게임이 도박화되지 않으려면 게임 금액이 소액화되고 배당률이 80% 이상 돼야 하며 과도한 게임중독에 대한 규제방법이 마련돼야 한다. 우리 정부가 이러한 원칙과 철저한 관리감독을 전제로 게임산업을 육성한다면 막대한 국가수입을 올리고 고용을 창출하는 IMF시대 ‘효자산업’이 될 수 있기에 몇가지 의견을 제시한다.

첫째, 게임산업에 대한 정책이 일관돼야 한다. 경마는 게임의 수단인 ‘말’이라는 객체보다 여가를 향유하는 주체인 ‘인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한마사회의 소관을 농림부로 바꾸려는 것은 게임 산업의 본질을 오해한 것이다. 나아가 경마 경륜 경정 카지노 머신게임 컴퓨터게임 복권 수렵 낚시 등 현재 여러 기관에서 담당하거나 소관이 없는 분야들도 이를 관장하는 단일 정부조직이 생겨야 한다.

둘째, 게임산업을 향락 퇴폐사업으로 보는 시각이 아직도 있다. 그러나 경마는 영국왕실이 참가하는 경마대회 ‘로열 애스컷’처럼 고급스럽고 품위있게 만들 수도 있다. 또한 수익금을 실업기금 관광진흥기금 등으로 적절히 활용한다면 소득의 재분배라는 파생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수입금을 공익화 투명화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셋째,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카지노가 없는 지역이 많다. 외국관광객의 지역별 균형 유치를 위해 카지노가 없거나 부족한 지역에 카지노를 허가할 필요가 있다. 최근 외국 카지노에서 과다하게 외화를 사용하거나 외화를 밀반출하다가 적발되는 경우가 많은데 적발되는 사람의 수는 실제 외국의 카지노를 이용하는 사람의 수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다.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내외국인 출입을 허용토록 한 폐광지역 카지노를 조기에 개설하고 제주도를 관광자유지역으로 해 내국인도 카지노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네덜란드가 외화유출을 막기위해 카지노를 국영으로 설치하고 내국인 입장을 허용한 예를 참조할 만하다.

끝으로 게임산업 진흥에 대한 국민의 우호적인 태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게임산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궁극적으로 게임산업이 국가공익에 기여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그러려면 게임의 룰을 준수하도록 국가가 지도 감독해야 한다.

영국 게임감독원의 경우 본부 및 5개 지역 사무소에 실무감독관 등 70여명이 이러한 업무를 맡고 있으며 미국 네바다주에서는 주정부에 게임정책국과 7백여명의 감독관으로 구성된 카지노 및 머신게임전담 감독기구를 두고 있다.

원자력은 그 이용방법에 따라 모든 것을 파괴하는 폭탄이 될 수도 있고 소중한 에너지원이 될 수도 있다. 게임산업도 IMF시대를 맞아 우리 경제에 활력을 주고 국민에게 즐거움을 주는 공익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홍두표<한국관광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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