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1998년 6월 16일 19시 18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15일 한글과컴퓨터 이찬진사장이 “한글 워드프로세서 사업을 전면 포기한다”고 발표하자 사용자들이 ‘포기 백지화’를 요구하며 들끓고 있다.
불과 하루만에 천리안 하이텔 등의 네티즌들은 계약 파기를 요구하는 수천통의 글을 올렸다. ‘치욕의 날’ ‘국치(國恥)’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으며 네티즌은 분노의 감정을 표출했다. 컴퓨터학원과 대학가의 아래아한글 워드프로세서 교육도 큰 혼선이 예상되고 있다.
▼네티즌 반응〓‘온라인데모’를 방불케 할 만큼 숱한 글들이 통신망을 장식하고 있다. ‘한컴은 망하더라도 아래아한글만은 살리자’‘아래아한글을 공개용 소프트웨어로 만들어 해커들이 계속 개발하자’‘국민주를 공모해 한컴을 살리자’ 등등 글마다 ‘한글 사망’ 소식에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1천만달러의 유혹에도 V3를 팔지 않은 안철수박사처럼 이사장도 아래아한글을 계속 개발하라’‘정부는 벤처지원을 똑바로 하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한 천리안 회원은 “그동안 아래아한글을 구입하는 데만 1백60만원을 썼다. 이번 합의는 3백만명의 아래아한글 구매 고객을 우롱한 처사”라며 피해보상을 하라고 흥분했다. PC통신의 아래아한글 살리기 전자서명 운동에는 벌써 1천명이 넘게 참가했다.
심지어 ‘17일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회장의 방한에 맞춰 시위를 벌이자’ ‘MS제품 불매운동을 펼치자’는 주장도 눈에 띄었다.
▼아래아한글‘멸종’ 그후는〓70여개 한컴 공인학원을 비롯한 전국 컴퓨터학원과 대학들은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 현재 진행중인 아래아한글 워드교육이 중단해야 할지 계속해야 할지 엉거주춤한 상태다.
서울 영등포 안광철 한컴퓨터전산원장은 “학원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며 “한컴이 아무런 예고없이 이렇게 하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아래아한글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한컴 발표대로 ‘아래아한글97’ ‘한컴오피스97’이 최후의 제품. 더 이상의 신제품은 없다. 1년간 고객 기술지원만 남았을 뿐이다. 아래아한글로 작성한 문서는 한국MS가 한컴의 아래아한글 기술을 지원받아 MS한글워드에서 쓸 수 있도록 개발할 계획. 기존 아래아한글 제품도 향후 MS한글워드로 곧바로 교체(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된다.
▼업계 향방〓세계 워드시장에서 유일하게 MS워드를 제친 아래아한글이 없어지게 됨에 따라 삼성전자는 ‘훈민정음’을 제2의 아래아한글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핸디소프트의 ‘아리랑’, 캐나다 코렐의 ‘코렐오피스’ 등 국내외 업체는 MS사에 맞서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벌일 예정. 제2의 아래아한글이 새로 개발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한컴을 등에 업은 한국MS가 국내 워드시장을 독차지할 공산이 가장 높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