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국민과의 대화]『없앨기업 살릴기업 月內구분』

  • 입력 1998년 5월 11일 06시 50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0일 “5월 말까지 도태시킬 기업과 살릴 기업, 지원할 기업을 구분할 것이고 6월 말까지 금융기관도 이같이 구분하겠다”며 기업과 금융기관의 개혁 일정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또 “외환위기는 파국을 넘겼을 뿐 결코 끝난 게 아니다”며 “금년에 고생하지 않으면 10년을 고생해야 한다”고 국민의 고통분담을 호소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서울 여의도 MBC 공개홀에서 한국방송협회가 주최한 ‘국민과의 TV대화’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대화’는 MBC KBS SBS 등 3개 TV 방송이 전국에 생중계했다.

그는 재벌개혁과 관련,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절대 아무 것도 안하고는 못넘어간다. 나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며 강력한 의지를 밝히고 “재벌도 이제 살기 위해 개혁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외자유치노력이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한데 대해서는 “외국자본이 문앞에 와있는데 우리는 준비가 돼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가안보에 관련된 사업에 대해서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대통령은 이어 “실업문제가 심각하면 재정적자를 무릅쓰고 돈을 좀 더 쓰기로 국제통화기금(IMF)측과 합의한 바 있다”며 “현재 7조9천억원의 실업재원으로도 모자라면 1조∼2조원을 더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금리인하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며 “콜 금리가 5월말까지 연 15%로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어촌부채문제에 대해서는 “금년을 넘기고 여유가 생기면 농가부채 상환을 연장해주고 그래도 빚을 못갚는 가구에 대해서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김대통령은 그러나 “올 한해 실업물가고와불경기기업도산은 피할 수 없다”며 “올 한해 눈물과 땀을 흘리며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전면적 개혁을 이뤄내면 내년에 IMF를 졸업하고 2000년 재도약을 거쳐 2001년부터는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제이정표를 제시했다.

정치권 개편문제에 대해 김대통령은 “나라의 위기에는 정국안정이 필요하다. 국민여론에 따라 여당이 다수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정계개편 의지를 표명했다.

국민의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건의에는 “언론의 비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가장 정확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밖에 사정(司正)문제에 대해 김대통령은 “안기부 검찰 경찰 국세청의 정치개입은 이제 옛 얘기”라며 “대통령을 못했으면 못했지 정치보복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호남편중인사 논란과 관련한 질문에는 “과거 호남출신이 워낙 소외됐기 때문에 새 정부에서 수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인사는 전국적으로 균형있게 이뤄졌다고 생각한다”면서 “시정할 것이 있다면 시정하겠다”고 답변했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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