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1998년 5월 7일 07시 21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벤츠와 크라이슬러의 합병계획이 전해지자 세계 자동차업계는 두 회사간 결합을 서로의 약점을 완벽하게 보완하는 환상적인 기업 결합으로 평가했다.
제조업 부문의 이같은 매머드급 결합은 최근 금융부문의 시티코프―트래블러스와 뱅크아메리카―네이션스 뱅크 등 대형 은행들의 잇따른 합병과 연관된 현상으로 다른 부문에서도 세계적인 대규모 기업간 합병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럽의 고급승용차 업체와 미국의 대중차 메이커가 결합함으로써 세계 자동차 업계에 엄청난 지각변동과 함께 국내 수입차 시장에도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가솔린엔진을 최초로 개발한 벤츠는 그동안 S클래스 등 최고급승용차 부문에서 독보적인 업체로 군림했으나 연 50만대를 밑도는 소량생산체제가 결정적인 약점이었다. 반면 크라이슬러는 연산 3백20만대의 생산능력으로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했으나 미국시장에서의 상대적인 약세와 취약한 자본력이 결정적 약점이었다.
결국 양사는 거대자본(벤츠)과 대규모 생산체제(크라이슬러)의 결합으로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노린 셈이다. 두회사의 결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는 자본과 설비의 결합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두 회사는 생산 차종에서도 중복되지 않아 이번 합병으로 완벽한 구색을 갖출 수 있게 됐다는 평가.
말하자면 벤츠는 고급승용차 부문에서 강점을 갖고 있지만 중저가분야에선 전무한 상태이고 특히 크라이슬러의 주력부문인 지프 미니밴 등 스포츠레저용 차량(RV)부문에서는 초보적인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크라이슬러는 벤츠의 강점인 고급차 부문에서 결정적 취약점을 안고 있었다. 현재 이 회사의 최고급 차종인 뉴요커는 경쟁사인 GM 캐딜락과 포드 타운카의 3분의2 가격에 불과한 실정.
자동차전문가들은 두 회사의 결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는 머지 않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선두그룹인 GM 포드 도요타 등을 능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국내에서 이미 독자적인 판매망을 구축한 두 회사가 합치면 국내 수입차 시장의 판도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 생산부문에 있어서 두 회사가 국내 업체와 직접적인 연관 관계가 적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희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