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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3월 15일 20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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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4일의 재경부 인사에서는 강경식(姜慶植)전부총리 밑에서 금융정책을 총괄한 사람이나 청와대 금융담당 경제비서관 재직중 원화환율 평가절하에 반대, 외환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이 자리만 옮겨 중용됐다.
금융계에서는 “관치금융으로 은행을 부실에 빠뜨린 관료들이 온존하고 은행장만 물러나라는 데에는 승복할수 없다”면서 부실 은행장 퇴진에 앞서 정책실패를 부른 ‘형님 먼저’ 개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환란 책임자 살아남기〓옛 재정경제원과 청와대 비서실에서 금융 및 외환업무를 담당, 환란(換亂)과 금융 부실화에 책임이 큰 것으로 지목돼온 간부들이 대부분 살아남았다.
옛 재경원 소속 1급 간부 가운데 윤증현(尹增鉉)금융정책실장은 세무대학장으로, 작년 11월말까지 청와대 금융담당 경제비서관이었던 윤진식(尹鎭植)세무대학장은 재경부 기획관리실장으로 내정됐다.
윤증현 전실장은 강경식전부총리 밑에서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실무 책임자였고 94년 9개 종금사 인허가당시금융국장이었다.
윤진식 전학장은 청와대 비서관 재직중 원화 환율 평가절하에 반대, 결국 국제수지 적자와 외환위기를 부른 책임이 크다.
이번 재경부 인사 가운데 문책성이 인정되는 부분은 원봉희(元鳳喜)전재경원 금융총괄심의관을 대기발령한 정도.
1급 가운데는 환란에 직접적 책임이 없으면서도 도의적 책임을 표명하고 사표를 낸 김정국(金正國)전차관보와 양만기(梁萬基)아시아유럽정상회의 준비기획단본부장, 강희복(姜熙復)국가경쟁력강화기획단부단장 등 3명만 본부대기 발령을 받았다.
재경부는 이처럼 국가위기를 부른 주무부서로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기획예산위원회 예산청 금융감독위원회 등에 자리 만들기에만 급급했다는 후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재경부 인사는 구태의연한 인맥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며 “나라를 환란으로 몰아넣은 책임의식은 간데 없고 살아남기에 급급한 추한 모습을보였다”고비난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생각 자체가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새로운 개혁의 발상이 나오겠느냐”고 말했다.
▼은행장 퇴진압력에 대한 반발〓정부가 부실은행장에 대해 퇴진압력을 넣고 있는 것과 관련, 은행권에서는 “주주총회를 할 때는 잠자코 있다가 뒤늦게 책임 경영론을 내세워 떼밀어내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은행장은 “관치금융으로 은행을 부실의 늪에 빠뜨린 것은 정부와 정치권”이라며 “하수인 노릇을 거부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지만 절반의 책임은 정부 몫”이라고 주장했다.
<윤희상·이강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