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1배럴 10달러시대」눈앞에…OPEC증산으로 폭락

  • 입력 1998년 3월 15일 20시 23분


올들어 20% 이상 떨어진 국제원유가의 폭락행진은 어디까지 갈까.

지난주말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13달러 밑으로 떨어져 88년 이후 9년여만에 최저가를 기록했다.

더욱이 16일로 예정됐던 석유수출국기구(OPEC)회의가 연기될 것으로 보이는 등 생산국끼리의 이해대립이 심해 국제유가는 배럴당 10달러 정도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폭락 원인〓최근 유가폭락의 발단은 작년 11월 OPEC의 10% 증산 합의였다. 수요증가를 예상한 조치였으나 지난 겨울이 예상외로 따뜻했던데다 아시아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수요가 줄면서 가격하락이 시작됐다.

더욱이 봄철은 전통적으로 석유수요가 적은 계절이어서 하락세가 계속됐다. 최근 들어서는 OPEC회원국간에 산유량 조절문제로 내분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유엔이 이라크에 대해 식량구입용 석유수출 쿼터를 6개월에 52억달러어치로 늘려 폭락세를 부추겼다.

▼영향〓유럽의 경우 현재의 국제유가가 유지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0.3% 높아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에너지 수입비중이 높은데다 금융위기로 외환부족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유가하락은 큰 도움이 된다.

반면 석유수출국들의 주름살은 깊어지게 된다. 중동산유국은 물론이고 특히 94년 외환위기를 막 빠져나오고 있는 멕시코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석유수출이 국가재정수입의 40%를 차지하는 멕시코는 올해 석유수출가를 배럴당 15.5달러로 예상하고 예산을 짰으나 3월들어 평균 9.69달러에 수출하고 있다.

북해산 원유를 생산하는 노르웨이도 올해 석유수입 감소로 2억7천만달러의 재정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전망〓석유생산량을 현재의 수요에 맞추려면 하루 약 3백만배럴을 감산해야 한다. 이는 이란의 하루생산량에 해당한다.

그러나 베네수엘라가 감산에 반대, 사우디아라비아와 대립하는 등 OPEC회원국간에 의견통일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유럽 언론들은 “OPEC가 이처럼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가격하락에 따른 고통을 아직 뼈속 깊이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는 회원국 대다수가 고통을 실감케 될 마지노선인 배럴당 1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파리〓김상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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