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죽만 울린 은행주총…적자경영 책임 못가려

  • 입력 1998년 2월 28일 19시 43분


은행장 선임으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충청은행을 제외하고는 27일까지 25개 일반은행의 정기주주총회가 모두 끝났다.

이번 주총은 대규모 적자에 따른 문책성 인사, 금융기관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대비한 진용 구성 등 그 어느때보다 높은 관심속에서 치러졌다.

뚜껑을 연 결과 행장이 교체된 은행은 상업 국민 평화 충청은행 등 4곳에 불과했으며 6곳의 은행장은 연임추천돼 자리를 지켰다. 대규모 적자에도 불구, 은행의 최고경영자가 자리를 지킨 것은 이른바 ‘책임경영론’을 회피한 것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충청은행이 3연임을 노리던 윤은중(尹殷重)전행장을 제치고 최동열(崔東烈)한일리스사장을 새 행장으로 추천한 게 유일한 ‘이변’.

임원진의 물갈이 폭은 매우 커 11개 은행이 감사를 교체했으며 26개 은행에서 70여명의 임원이 퇴진했다. 또 서울 외환은행이 임원수를 4명 줄이는 등 대부분 은행이 경영진 감량에 나섰다.

후발은행의 한 관계자는 “겉으로는 인사청탁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은행장들은 예년처럼 인사청탁에 시달렸다”고 실토했다. 실제로 상업 조흥은행은 주총에 앞서 신임 임원을 미리 발표, 외부 입김을 봉쇄하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또 27일 서울은행 주총에서 재정경제원이 임원 선임에 개입, 막판에 임원내정자가 바뀐 것도 인사자율화 의지를 훼손시킨 사례. 한국은행과 은행감독원에서 부장급 4명이 은행 임원으로 선임된 것도 낙하산 인사 사례로 꼽힌다.

주택 하나 신한 국민은행 등 극소수 은행만이 배당을 실시, 주주들의 불만이 컸다.

◇ 정상화계획 추진 주역 ◇

▼배찬병(裴贊柄)

상업은행장해외건설금융부장 심사부장 종합기획부장을 거쳐 전무를 3연임하면서 정지태(鄭之兌)전행장과 함께 상업은행의 정상화에 기여. 93년 한양사태 이후 자회사 및 부동산 매각 등 강도높은 자구계획을 입안하고 강력히 추진해 부실은행을 회생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61세, 서울출생. 연세대 상대졸.

▼ 송달호(宋達鎬)

국민은행장조사 기획 국제부장을 지냈다. 부행장 시절 국민은행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93년 ‘타이거2000운동’을 주도, 부서통폐합 등 경영혁신 작업을 도맡아 했다. 일처리가 합리적이며 공사구분이 매서운 소신파. 59세, 충북 영동 출생. 서울대 상대졸.

▼ 박태규(朴泰圭)

평화은행장국민은행에서 신용관리부 기업고객부 영업부장 등을 거쳐 부행장보를 지낸 뒤 92년 평화은행 전무로 자리를 옮겼다. 활달한 성격으로 조직 운영능력이 탁월하고 업무추진력이 강한 불도저형이라는 평을 듣는다. 83년 수신부문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60세, 서울출생. 성균관대 정치학과졸업.

〈이강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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