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ightng④]『준비된 퇴직은 화려하다』

  • 입력 1998년 2월 11일 21시 02분


퇴직은 ‘당하는 게’ 아니라 ‘선택하는 것’이다. 결국은 한번 사는 인생. ‘평생직장’이나 ‘안전지대’란 이제 어디에도 없다.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정리해고’의 화살. ‘구차한 취급’을 받을 바에는 ‘떳떳하고 화려하게 퇴직하자’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같은 퇴직도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도망자처럼 피하기만 하는 사람에게 퇴직은 곧 죽음이다. 그러나 평소 정보를 수집하고 퇴직 준비를 철저히 한 사람은 가장 적절한 때를 골라 새 인생을 펼칠 수 있다. ▼ 뭉치면 산다 ▼ 한국컴퓨터. 경영난에 시달리다 지난해 12월 2백명을 무더기로 정리해고했다. 잘 나가는 정보통신업체라 하늘같이 믿었던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됐다. 정보통신엔지니어 30여명은 ‘이렇게 끝날 수는 없다’는 각오로 자본금 5천만원을 모아 지난해 12월26일 ‘KCI시스템’이란 회사를 차렸다. 한국컴퓨터로부터 물려받은 PC와 사무집기로 서울 염리동에 새 사무실을 마련했다. 철저한 능력제와 성과급제를 도입한 KCI시스템은 ‘다시는 실업이 없다’는 모토 아래 뛰고 있다. 실업이 창업으로 뒤바뀐 사례. ▼ 화려한 퇴직 ▼ 국제통화기금(IMF) 여파로 구조조정 열기가 뜨거운 요즘, 경영여건이 나쁘지 않은데도 위로금까지 주며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 회사가 많다. 1월말 1천명이 명퇴한 SK텔레콤. 퇴직금에 최대 60개월치의 기본급까지 얹어줘 2억∼4억원의 거금을 거머쥔 사람이 수두룩하다. 명퇴한 K과장(38)의 금융자산은 퇴직금 위로금에 모아둔 목돈, 우리사주까지 합쳐 모두 2억3천만원. 평소 편의점 창업을 꿈꿔온 K과장은 일단 투자신탁에 맡겨놓고 정보 수집 중. 휴대전화 영업담당으로 현장을 뛰면서 목좋은 곳을 눈여겨 봐둔 터라 초여름께 사업을 시작할 계획. 그는 “친구들로부터 벌써 사장 소리를 듣는다”며 자신감이 넘쳤다. 국민은행도 최근 실시한 명예퇴직 신청에 사람이 몰려 ‘퇴직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 사람들까지 나올 정도. 회사에서 ‘귀하신 퇴직’의 기회를 준다면 냉정하게 판단해 화려하게 퇴직하라. ▼ 퇴직금 불리기 ▼ 퇴직금 일시지급에 부담을 느낀 회사들이 ‘퇴직금중간정산제’를 잇따라 실시. 이 제도를 도입한 기업은 4백군데가 넘는다. 요즘같은 고금리시대에 퇴직금을 미리 받아 잘만 투자하면 급작스런 퇴직 후에도 안정된 생활과 창업에 도움이 된다. 무모한 투자는 ‘화’를 자초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 것. ▼ 옛 동료 깍듯이 모시기 ▼ 퇴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직장을 자주 옮기는 일이 자랑거리인 미국에서도 퇴직자가 회사를 그만두기 전까지 선후배와 동기 관계에 신경을 쓴다. 직장을 옮기든 창업을 하든 옛 직장 동료와 또다시 맞닥뜨리게 된다. 당장은 퇴직이 서럽고 회사 사람들이 보기 싫을지 모른다. 모든 것을 가슴 속에 꾹 눌러놓고 “그동안 고마웠습니다”며 당당한 모습을 보여라. 퇴직하고 남는 것은 ‘사람’밖에 없다. 정보맨 되기퇴직자를 위한 정보는 널려 있다. 해고가 두려운 세상에 대기업 대리로 일하다 사표를 던지고 나온 L씨(33). 동료들이 송별모임에서 연유를 캐물었다. 그는 “평소 인터넷과 PC통신에서 사업정보를 눈여겨봤다”며 꼼꼼하게 짠 ‘프린터 카트리지 재활용 사업플랜’을 털어놨다. 천리안 하이텔 등 PC통신마다 창업 재테크 뉴비즈니스 등 짭짤한 정보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우물쭈물하다가는 ‘대책없는 실업자’ 취급을 받을 수 있다. 세상이 아무리 어려워도 화려한 퇴직의 길은 남아있는 법이다. 〈김종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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