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官治인사 않겠다』…은행권 동요 줄어들듯

  • 입력 1998년 2월 9일 20시 15분


은행 경영진의 인사철을 앞두고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이 ‘은행장 인사 불개입원칙’을 표명한 것은 은행권의 동요를 줄이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따라 경영진 문책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확산된 데다 정권교체에 따른 권력이동마저 겹치자 ‘줄서기’ ‘눈치보기’ 속에서 불안 기류에 휩싸여 있었다. 재정경제원 등은 그동안 “은행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와 있어 누구라도 그 실태를 알고나면 은행 경영진 문책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부실은행 경영진은 문책한다’는 IMF협약을 들먹여 왔다. 그러나 김차기대통령이 이번에 불개입원칙을 밝힘에 따라 지난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흑자 경영을 이뤄낸 은행의 행장 등 고위임원들과 적자를 보이긴 했지만 선방(善防)한 대형 시중은행장 등은 다소 불안을 덜 전망이다. 지금까지의 행장 등 은행 임원 인사는 권력주도의 관치(官治)인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은행장 선출이 형식적으로는 ‘사외이사 추천―주총 선임’ 방식을 취했지만 정권 실세(實勢)들과 재경원 등 일부 정부부처가 나눠먹기 하듯이 인선에 입김을 불어넣어 ‘주인 없는 은행들’을 흔들어왔다. 이같은 과거의 관행 때문에 이번에도 일부 시중은행 임원들은 김차기대통령 주변에 어떻게 해서라도 줄을 대려고 안간힘을 써왔다. 이런 가운데 새 정권 실세그룹이 실제로 은행 인사에 개입할 경우 은행권은 다시한번 극심한 인사홍역을 치르게 될 것으로 우려돼왔다. 김차기대통령이 지난달초 은행장회의에 이어 이날 다시한번 ‘인사불개입 원칙’을 표명한 것은 이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김영삼(金泳三)정권도 출범초기에는 은행에 대한 관치인사 관행을 없애겠다며 은행장 추천위원회 제도를 도입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은행장추천위원회 제도는 표적 사정(司正)에서 살아남은 은행장들에게 장기집권을 보장했던 것. 현직 은행장이 사실상 추천위원을 선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은행장이 임기중 경영전권을 쥐면서 부패구조는 오히려 심화했다는 분석이다. 〈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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