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사정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나쁘고 전망도 밝지 않다. 단기외채의 중장기채 전환 등 상환기간 연장도 여의치 않다. 외국정부나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구 차원의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빚을 갚기 위해 돈을 빌리는 것은 결국 빚만 늘릴 뿐이다.”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은 8일 측근을 통해 현재의 외환위기에 대한 입장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 측근은 김차기대통령이 이날 뿐만 아니라 최근 기회 있을 때마다 외환사정의 심각성을 얘기하고 있다면서 “2월이 두렵다. 진짜 혹독한 IMF한파는 이제부터 시작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환위기를 넘기려면 금융기관 정리해고제 도입을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차기대통령은 외환위기의 조속한 해소를 위해서는 외국의 민간자본을 끌어들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투자환경 조성이 시급한데 그 최우선과제가 정리해고제 도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
“대외 신인도를 높이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정리해고제를 실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산소호흡기’마저 끊길 수 있다.내년 2월 미국의회가 열리면 상황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 그 전에 정리해고제 도입을 위한 법제화가 꼭 이뤄져야 한다.”
정리해고제의 조속한 도입은 이제 김차기대통령의 ‘신념’과도 같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김차기대통령은 “정리해고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모두가 죽게 된다”며 “일단 기업을 살려 고용을 창출해야 근로자도 살 수 있다”고 확신하고 이를 주변에 계속 설득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