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구제금융/어떤 영향 미칠까]구조조정 가속화

  • 입력 1997년 11월 21일 21시 30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게 되면 일단 우리 경제는 각 부문에서 일대 대변혁의 단초를 마련하게 된다. 낙후한 금융산업은 물론 경쟁력이 떨어진 산업부문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해 선진국형 산업구조에 한발짝 다가서게 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수많은 부실기업이 쓰러지면서 실업자가 대거 양산되고 남아있는 근로자들도 임금상승 요구가 억제되는 등 고용불안이 가중될 전망이다. 또 소비자들도 당분간 저성장정책에 따라 소득과 각종 복지혜택이 줄어든다. 특히 그동안 국제수지악화의 주범으로 작용한 해외여행도 자제해야 하는 등 당장 내핍생활을 해야되는 상황이 올 것 같다.》 ▼금융〓IMF는 일단 낙후한 금융산업에 대한 강도높고 획기적인 구조조정을 한국정부에 요청할 것이 확실시된다. 부실화한 금융시스템을 조기에 정비하지 못한 결과 현재의 금융 및 외환위기에 봉착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은행 종합금융 등 금융기관에 대한 실사 결과 회생불가 판정이 내려지면 경우에 따라서는 파산까지 요청할 수 있을 것으로 금융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즉 지금까지는 국민세금으로 부실 금융기관의 명맥을 유지시키는 상황이었지만 앞으로는 시장원리에 따라, 그것도 오너나 주주들에게 파산비용을 분담하게 함으로써 시장퇴출을 보다 원활하게 한다는 것이다.부실 정도가 심한 은행과 종금사는 빠른 시일내에 정리되거나 흡수합병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보다 먼저 구제금융을 받은 인도네시아는 부실은행 16개를 폐쇄했으며 태국도 91개 파이낸스사중 58개에 대해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금융연구원 이장영(李長榮)연구위원은 『정부가 최근 제시한 금융기관 구조조정안보다 훨씬 포괄적이고 빠른 속도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고용불안 실업률 상승 등 부작용으로 우리 사회가 심각한 몸살을 앓겠지만 장기적으로 볼때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플러스 효과를 거둘 것으로 그는 예측했다. ▼산업〓재계에서는 IMF 구제금융이 산업구조조정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IMF가 우리정부측에 강도높은 구조조정 추진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저성장정책을 취할 경우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시장이 곤두박질쳐 한계기업이 늘어나고 도산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순원(鄭淳元)현대경제사회연구원 상무는 『경기가 침체되면 기업들은 우선 투자규모를 줄이고 신규투자보다는 구조조정을 위한 투자에 주력할 것』이라며 『전반적인 산업구조의 개편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재정긴축시에는 건설 토목관련 기업이나 부채가 많고 재무구조가 나쁜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 좌승희(左承喜)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미국이 IMF를 주도할 경우 미국 경쟁업계의 입김이 작용해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을 막을 가능성도 있다』며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해외진출까지 어려워지면 기업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IMF 구제금융으로 당분간 저성장으로 가겠지만 기업의 진입퇴출 규제 등 기업활동을 가로막던 각종 규제가 풀리고 구조조정이 강력하게 추진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기업경영 환경이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근로자〓일단 고용불안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상반기까지 부실 금융기관 등에 대한 과감한 정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그 과정에서 대규모 실직사태가 예상된다. 외국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한국내 금융산업은 현재 인력의 60% 이상을 감원해야 한다고 충고해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김영배(金榮培)상무는 『내년도 상반기 중에 실업률이 4% 이상으로 뛸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정리해고 문제에 있어서도 이를 더욱 쉽게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임금은 동결되거나 삭감될 전망이며 노조의 힘도 약화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이영이·이강운·이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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