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당진제철소 녹슬고 있어요』…9개월째 지원끊겨

  • 입력 1997년 10월 31일 19시 40분


『더 이상 채권단의 지원이나 제삼자 인수만을 기대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 스스로 정상화 방법을 찾아보는 수밖에 없지요』 31일 이른 아침 서울 삼성동 포스코센터 18층 한보철강 서울본사에서 이삿짐을 챙기는 사원들은 착잡한 표정이었다. 부도를 낸지 9개월이 넘었지만 제삼자 인수가 원점에서 맴돌자 회사측은 경비절감을 위해 임대사용해 온 서울본사 사무실을 내놓고 당진제철소로 이전하게 된 것. 서울본사에 근무하던 1백50여명중 재무 법무 홍보팀 등 10여명만 남고 1백40여명은 단신으로 당진 현장으로 가게 됐다. 한보철강은 최근 노사합의를 통해 생산 관리직 인원 2천5백여명 가운데 절반 가까운1천1백여명을해고했다. 한보는 부도 이후 당진제철소 B지구 공사를 중단하고 있으며 A지구 열연 봉강제품만으로 운영하고 있는 상태. B지구 공사를 완공하려면 앞으로 2조원의 추가공사비가 필요하지만 채권단은 더이상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 이 회사 자금담당자는 『어떻게든 공사를 완공하려고 직원들이 상여금을 반납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버텨왔지만 아무래도 B지구 공사는 어려울 것 같다』며 『우선 현재의 사업에 최선을 다해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의 사업 상황도 만만치 않다. 거래처로부터 받은 어음도 「한보」라는 이유만으로 할인을 거절당하고 있다. 또 관납대금은 정태수(鄭泰守)전총회장의 증여세 때문에 국세청에 가압류되고 있다. 『기아사태에 밀려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는 사이에 당진제철소가 고철덩어리로 녹슬고 있습니다. 경제 전체의 막대한 손실입니다』 한보 임직원들의 소리다. 〈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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