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달러 움켜쥐기』…『환율 더 오를것』원화로 안바꿔

  • 입력 1997년 10월 30일 19시 47분


최근 환율불안을 몰고온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팔고 달러로 갖고 나갔기 때문이지만 기업들의 달러 움켜쥐기 심리도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들은 30일 『기업들은 월말이 되면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화를 원화로 바꾸는 게 당연한데도 최근엔 환율이 더 오르기를 기다리고 달러를 팔지 않아 환율급등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 대기업은 해외현지법인에 수출대금을 갖고 있도록 한 뒤 수입대금은 국내시장에서 조달하기까지 한다는 것. 이 때문에 재정경제원은 이날 오전 각 대기업에 「행정지도」형식을 빌려 『갖고 있는 달러를 시장에 내달라』고 일일이 촉구, 아침에 끊겼던 거래를 재개시켰다. 환율 오름세 기대심리는 일반 고객에게도 퍼져 일부 시중은행 환전창구에 40,50대 여성들이 짝을 지어 나타나 한 사람당 7천∼8천달러씩 환전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특히 어떤 고객은 『얼마까지 환전할 수 있느냐』고 물은 뒤 여권만을 제시했다가 창구직원이 『외환사정이 어려워 비행기표를 확인해야 환전해주고 있다』고 말하자 아무 말 없이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는 것. 시장규모가 고작 30만∼40만달러 수준으로 줄어든 서울 명동과 남대문일대의 암달러시장에선 29일 한때 달러당 1천원을 부르기도 했으나 30일에는 다소 내려 『많이 사면 9백85원씩에 주겠다』는 상인들이 많았다. 은행관계자들은 『암달러상들은 환율 급등락 상황을 자세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며 『거의 잊혀졌던 암달러상 이야기까지 화제에 오르는 것을 보면 외환시장 불안이 심각해진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윤희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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