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의 경영정상화 가능 여부를 평가하는 채권은행단 회의가 30일로 다가온 가운데 기아그룹의 제삼자인수를 가로막던 제약요인이 하나 둘 제거되고 있다.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기아 인수설을 부인해온 삼성은 기아 인수문제와 관련, △기아의 반(反)삼성 경영진 △강성 노조 △인수합병(M&A)을 제약하는 강제공개매수제도 등이 걸림돌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정부는 강제공개매수제도를 부도기업이나 부도유예대상 기업에는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에 따라 지난 94년 기아자동차 주식 매집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던 삼성이 주식매입을 통해 기아를 인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또 채권은행단이 기아의 경영권 포기와 노조의 권한축소를 요구하는 것도 결국 「무노조」삼성이 그동안 「눈엣 가시」처럼 여기던 부분을 사전에 해결하려는 것이라는 추측을 낳고 있다.
특히 현 경영진이 자구노력을 통해 인원을 감축하고 노조문제 등을 해결하고 나면 채권은행단이 친(親)삼성 성향의 제삼 인물을 경영진에 앉히고 결국 기아를 삼성에 넘겨주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기아는 물론 재계에서도 나오고 있다.
기아 등의 이같은 인식은 기아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들이 대부분 친 삼성인물이라고 보고 있으며 최소한 삼성그룹에 적대적인 인물은 드물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
기아는 정부의 불개입 방침을 천명하고 있는 姜慶植(강경식)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을 주목하고 있다. 강부총리는 지난 94년 삼성이 승용차 시장에 진출할 당시 부산에 지역구를 둔 여당 국회의원으로서 삼성자동차를 부산에 유치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었다.
또 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 진영에 삼성과 연관된 인물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는 점도 기아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다. 기아는 『정부가 기아 사태에 계속 방관할 경우 여신회수에 급급한 채권은행단은 결국 자금력이 튼튼한 삼성그룹에 경영권을 넘길 것』이라면서 경영권 포기각서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기아의 한 관계자는 『이런 와중에 사실상 오너역할을 해온 金善弘(김선홍)회장이 물러날 경우 한순간에 삼성그룹으로 경영권이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영이·이희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