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통화폭락」 금융기관-건설社등 업계 긴장

  • 입력 1997년 7월 14일 20시 17분


태국 바트화 등 동남아 국가의 화폐가치 폭락사태로 현지에 진출해 있는 투자기업 금융기관 건설업체 등은 비상이 걸렸다. 해당 업체나 기관들은 환차손 등 직접적인 영향을 따져보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에 대비,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기관〓국내 금융기관들은 태국 바트화의 폭락으로 당장 큰 피해는 없지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적잖은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14일 국내 금융기관들의 태국에 대한 대출 및 유가증권 투자는 지난 3월말 현재 43억달러에 달하지만 대부분 미국 달러화나 일본 엔화로 회수할 수 있게 해뒀기 때문에 직접적인 환차손은 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S은행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당장 피해를 보지는 않더라도 이번 사태로 태국 기업들의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져 부실채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채권을 회수하려 하고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특히 은행권과는 달리 증권 투자신탁 종합금융 등 제2금융권 중 일부 회사는 암암리에 바트화표시 금융상품에 투자를 해 이번 사태로 인한 직접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기업〓동남아 현지의 제조업 분야에 투자한 기업들은 금융기관과 달리 당장 큰 피해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는 태국 필리핀 등지에 대한 투자는 대부분 환리스크를 감안, 투자계약을 했고 내수시장보다는 제삼국 수출가공용으로 투자해왔기 때문에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우는 그러나 이 지역에 대한 신규투자시 환리스크를 감안, 계약체결에 신중을 기할 것을 현지에 지시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林仁澤(임인택)마닐라 무역관장은 14일 『페소화 폭락으로 당장 우리 기업들이 큰 피해를 봤다는 사례는 접수되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사태로 현지 채용인들 사이에 임금상승 압력이 커져 장기적으로 투자 유인(誘因)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설업체〓동남아에 진출한 건설업체들은 공사대금을 미국 달러화와 현지 화폐 가운데 어떤 통화로 받기로 했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체들이 현재 태국에서 진행중인 공사는 모두 29건이며 공사대금 잔액은 10억9천7백만달러. 이중 태국 현지통화로 지급될 금액은 30%가량이다. 태국에서 공사 3건, 9천3백만달러 어치의 공사를 시공중인 현대건설은 1건은 전액 달러화로, 1건은 전액 바트화로 대금을 지급받고 있다. 현대측은 『바트화로 받는 공사는 2천만달러짜리여서 현지통화의 평가절하에 따른 환차손은 크지 않다』면서 『현지통화 폭락에 따라 물가가 크게 오르면 손실보상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LG건설은 태국에서 공사를 수주할 경우 대금 전액을 달러화로 받거나 현지조달 물품만큼만 현지화로 받기로 계약하기로 했다. 〈박내정·황재성·천광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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