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이종훈/不景氣 불감증

  • 입력 1997년 6월 17일 19시 48분


최근 수출이 다소 증가하고 물가가 진정되고 있다고 하여 불경기가 끝난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최근 불경기는 단순한 불경기가 아니라 경기순환상의 불경기와 구조적인 불경기, 그리고 세계경제의 불경기 등 세 가지 요인이 겹친 복합불황이라고 하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따라서 그 해결의 실마리를 좀처럼 잡을 수 없다는데 특징이 있다. ▼ 쓰러지는 대기업들 ▼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정부의 경제정책 역시 묘안을 찾지 못한 채 단지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은 쓰지 않겠다는 무책임한 무대책만을 천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한보사태 이후 자금경색이 만연되면서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재벌급 대기업도 부도위기에 직면하는 심각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작년도 국내총생산(GDP)의 실질성장률이 7.1%로 생각보다 고도 성장이었다. 그리고 금년도 1.4분기의 경제성장률도 5.4%로 발표되어 아직도 고도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정부가 발표한 성장률 실적만을 보게 되면 국내경제가 아주 잘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작년도의 지표성장률이 고도성장인 7.1%라고 하지만 국제수지의 순손실에 의한 교역조건의 악화와 생산조절의 부진에 따른 재고 증가, 그리고 기업의 채산성 악화 등을 고려할 때 체감성장률은 3.5%로 분석되어 체감경기는 그만큼 나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 우리의 공업구조는 장치산업인 중화학공업중심이기 때문에 적절한 재고조정이 어려우며 따라서 가격경쟁력이 약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러한 중화학공업제품인 전자 자동차 조선 철강 등의 수출이 전체수출의 60%정도를 차지하고 있어서 국제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구조의 재구성과 불황산업의 구조조정을 위한 산업구조의 소프트화가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당국과 민간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최근의 경기동향보고를 보면 엔화강세의 지속과 수출의 호조, 그리고 물가안정 등의 이유를 들어 금년도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호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6%선에 육박하고 경상수지적자는 1백70억 달러로 감소하며 물가는 4.5%수준, 실업률은 3.2%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연초의 전망치를 수정 발표한바 있다. 물론 국민 모두 불경기가 하루 빨리 사라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불경기를 하나의 통과절차로만 생각한다면 진정한 호경기를 기대할 수 없다. 때문에 불경기인 이때에 이를 활용하고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장기적인 호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불경기인데도 불구하고 불경기가 아닌 것처럼 착각하는 불감증에 걸려있는 것이 큰 문제인 것이다. ▼ 「경제군살」지금 빼야 ▼ 일본에 가보면 호텔과 식당은 물론이고 시장과 백화점, 그리고 국민들의 생활 속에서 지금이 불경기라는 것을 피부로 바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심각한 불경기라고 하면서도 국민의식이나 생활 속에서, 거리의 풍경이나 백화점에서 불경기를 감지할 수 없는 실정이다. 특히 정부의 정책의지에서 현재 한국경제가 불경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없는 정도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 지표경기의 허상과 불경기 불감증에서 벗어나 국민은 의식개혁을, 정부는 산업구조조정을, 기업은 감량경영을 실천하여 지금까지 방만했던 한국경제의 군살을 이때 꼭 빼야 한다. 이같이 우리 모두가 불경기때 반드시 해야할 일을 다 해야만 고비용과 저효율의 경제구조를 고칠 수 있으며 그 결과로 알찬 호경기가 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종훈<중앙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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