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컴을 타는 동물들 사이에도 빈부귀천이 있다. 사람 부럽잖은 스타급이 있는가 하면 엑스트라 신세가 서러운 「무명 모델」도 있게 마련이다.
KFC의 광고에서 「닭쫓는 개」로 출연한 샌디. 한밤에 KFC 가게 앞에서 늑대처럼 「우우∼」 우는 소리를 지르는 연기가 일품인 샌디는 카메라테스트까지 받은 숙련 연기자. 샌디는 이 광고에 출연하면서 여자주인공과 같은 수백만원대의 모델료를 받아 챙겼다.
반면 진미식품 참그루 쌀로 만든 고추장편은 「이름도 군번도 없이 스러져간 참새모델」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졌다. 광고에 나오는 참새는 두마리지만 제작에 동원된 것은 15마리. 청계천 새 전문점에서 「발탁」된 참새들은 뜨거운 조명 아래 계속된 힘겨운 촬영으로 끝내 모두 「순직」했다.
칠성사이다 「설악골의 봄」편에 출연한 송사리들도 곤욕을 치렀다.
「계곡물에서 떼지어 헤엄치고 있는 송사리 10여마리. 맑고 깨끗한 물 속에 칠성사이다가 잠겨 있다. 병마개를 따는 소리가 들리자 화들짝 놀라 도망치는 송사리들…」.
한편의 서정시같은 콘티. 그러나 어렵사리 찾은 송사리떼가 꼼짝하지 않자 제작진은 고심끝에 인공시내를 만들었으나 계속 요지부동. 따뜻하게 데운 물을 조금씩 흘러보내자 그때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송사리떼는 한푼의 출연료도 받지 못하고 종일 고생한 끝에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유공의 엔진오일인 「지크」편에 나오는 잠자리는 어깨춤까지 춰 진짜같지만 사실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한 「사이버 잠자리」. 날개의 무늬, 다리의 움직임, 입질까지 세밀하게 살려냈다. 날갯짓 소리도 얇게 자른 셀로판지를 선풍기 바람에 날려 만든 것.
〈이명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