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GDP「거품성장」…재고증가 14% 장기불황 우려

  • 입력 1997년 5월 22일 20시 00분


올 1.4분기(1∼3월) 경제성적표는 아직도 우리 경제가 고질적인 외형성장 거품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경기가 하강국면일 때는 빨리 「바닥」을 치고 빠져나오는 게 불황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이다. 그러나 올 석달 동안의 우리경제 내용을 보면 생산조정 등 구조조정이 당초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돼 자칫 장기불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과거 경기순환구조상 바닥직전 6개월간의 평균성장률이 3.3%인 점을 감안할 때 올 1.4분기 성장률 5.4%는 「너무 높은」 수준. 彭東俊(팽동준)한은조사2부장은 『재고조정 등 거품 빠지는 속도가 늦춰지면서 침체국면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팽부장은 『제조업 재고증가율은 작년 2.4분기 21.1%에서 이번에 13.9%로 낮아졌으나 이 정도로는 재고조정이 본격화됐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적어도 8∼9% 수준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李漢久(이한구)대우경제연구소장도 『당초 올 연말이나 내년초로 예상했던 경기저점이 상당기간 뒤로 늦춰져 내년 연말까지는 불황국면이 이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올 1.4분기에 거둔 5.4%의 성장내용도 불건전하다. 건설 설비투자 민간소비 등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보였는데도 이 정도 성장을 보인 것은 「밀어내기 수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가격하락 덕택에 올들어 수출물량은 15% 가까이 증가, 성장률을 높이는데 기여했으나 금액은 출혈수출로 오히려 18%가량 하락,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소장은 △내수침체로 영업실적이 신통치 않고 △재고누적으로 운전비용이 급증한 가운데 △금융비용 부담까지 겹쳐 기업당사자가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욱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강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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