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씨 차명계좌 발견안팎]이권관련 확인…처벌물증 확보

  • 입력 1997년 5월 9일 19시 46분


검찰의 한 관계자는 8일 「金賢哲(김현철)씨의 87억원대 비자금 계좌」를 확인하면서 한가지 중요한 말을 했다. 「현철씨 비리의혹 사건」이 이제부터는 「현철씨 비리사건」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 현철씨 비자금 차명계좌는 이처럼 현철씨 수사의 기본틀을 바꾸는 중대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현철씨는 「87억원 차명계좌」로 인해 법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도덕적인 면에서도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그는 가 차명계좌를 운영하고 주로 제2금융권을 이용해 돈세탁까지 함으로써 부친인 金泳三(김영삼)대통령 정부가 최대의 개혁 성과로 내세우고 있는 금융실명제에 먹칠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현철씨와 그의 측근들이 지난 93년 8월12일 전격 단행된 금융실명제 실시를 사전에 알고 대비해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어 개혁의 기치를 내건 현 정권의 도덕성까지 크게 훼손한 결과를 낳고 있다. ▼재벌등 수십명 조사▼ 지금까지 드러난 현철씨 비리의혹의 내용은 대략 △골프장 부지매입 △대호빌딩 위장매각 및 케이블TV 매집 △경복고 동문 기업인으로부터의 금품수수 △대선자금 잉여금 △포항제철 철강판매권 개입 등으로 정리된다. 검찰은 이런 의혹들을 중심으로 한달 반 가량 집중 수사를 벌였다. 1백명에 가까운 수사인원이 돈의 흐름을 쫓아 「발이 부르트도록」 은행 문턱을 드나들었고 기업체 회장 등 거물들을 수십명 이상 불러 조사했다. 그 결과 자금흐름이 상당부분 밝혀지고 수사성과도 적지 않았다. 자금흐름과 관련, 검찰은 현철씨가 동문기업인 등에게서 35억여원을 받은 사실과 金己燮(김기섭)전 안기부 운영차장이 한솔그룹을 통해 70억원을 맡긴 사실, 朴泰重(박태중)씨가 갖고 있던 1백32억원이 현철씨가 모금한 92년 대선자금 잉여금이었다는 사실 등을 밝혀냈다. 현철씨가 4, 5개 기업체의 주식지분을 획득한 사실과 제2금융권에 자금을 예치한 사실도 확인했다. 그러나 검찰수사팀에는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한 기색이 감돌았다. 정치자금과대선자금등으로 사인(私人)인 현철씨를 처벌할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현철씨가 직접 관리한 87억원대의 비자금 계좌를 찾아낸 것이다. 현재 검찰은 이 계좌의 존재는 인정하면서도 그 가치에 대해서는 말을 흐리고 있다. 공식적으로 『수십개의 가 차명계좌 중 하나이며 금액도 미미하다』고 말하고 있다. ▼수십개 계좌중 하나▼ 그러나 실무자들은 『계좌 주인이 현철씨』라고 분명히 말했다. 물론 이것이 현철씨 비자금 관리계좌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사팀 관계자들은 『특별한 의미가 있으며 액수도 보도된 것(87억원) 정도는 된다』고 말하고 있다. 수사팀이 말하는 특별한 의미는 바로 범죄구성요건이 된다는 뜻이다. 검찰은 문제의 계좌에 입금된 돈이 대부분 이권과 관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李晟豪(이성호)전대호건설사장을 보는 검찰의 시각도 달라졌다. 검찰은 이전까지 이씨가 귀국해야만 현철씨를 제대로 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이씨의 귀국에 목을 매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씨 없이도 현철씨를 형사처벌할 수 있는 물증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뜻이다. 〈이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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