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부도/채권은행단]『「한보」때는 끌려다녔는데…』

  • 입력 1997년 3월 19일 19시 54분


[임규진기자] 『주식포기각서를 왜 씁니까. 내 재산은 끝까지 지켜야지요』(鄭泰守·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 『책임을 통감하며 저의 모든 권리를 포기하겠습니다. 기업과 종업원을 살리자는 마음밖에 없습니다』(金顯培·김현배 삼미그룹회장) 한보그룹과 삼미그룹은 똑같이 철강사업으로 경영난을 겪다가 결국 그룹몰락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룹오너들이 보여준 행태와 채권은행단의 모습에는 차이가 있다. 한보그룹 정총회장 일가는 끝까지 경영권에 매달리다가 일가와 그룹은 물론 관련인사들의 몰락을 가져왔다. 정씨는 경영실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자금지원을 중단한 금융권과 지원세력만을 원망했다. 제일은행 산업은행 등 채권은행단도 내부직원들의 반발에도 불구, 막판까지 한보에 끌려다니는 추태를 보였다. 채권은행단은 한보의 부도처리조차 청와대의 판단에 의존하고 말았다. 결국 한보철강은 경제전체에 일파만파의 충격을 던지며 전격적인 부도처리와 위탁경영의 수순을 밟고 있다. 반면 삼미그룹 김회장은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자 스스로 법정관리를 신청, 경영권을 완전히 포기했다. 채권은행단도 한보때와는 달리 신속하게 삼미의 법정관리에 동의했다. 한보의 선례가 반면교사로 작용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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