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朴在潤(박재윤)전통상산업부장관의 기자회견 발언 가운데 거짓말이 적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씨는 『당진제철소 준공식 때 金泳三(김영삼)대통령에게 참석을 권유한 바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그 무렵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인사들의 증언은 다르다. 당시 청와대의 한 수석비서관이었던 K씨에 따르면 통산부장관이던 박씨는 95년 6월 당진제철소 1차준공식 직전에 세 차례나 김대통령에게 준공식 참석을 권유했다.
김대통령도 처음에는 참석의사를 갖고 있었다. 특히 92년 대통령선거 때부터 김대통령을 도왔고 청와대경제수석 재무장관에 이어 통산부장관을 맡은지 7개월째이던 박씨의 권유여서 가능하면 참석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간업체의 공장준공식, 그것도 완공이 아닌 1차준공식에 대통령이 참석하는데 대해 비서실장과 경제수석 등이 반대했다. 이를 알게 된 박씨가 김대통령에게 참석을 거듭 권유하자 김대통령은 비경제분야를 담당하던 K씨에게까지 의견을 물었다. K씨는 『전례가 없는데다 한보의 기업이미지가 지극히 좋지 않으므로 가시지 않는 게 좋겠다』고 진언, 김대통령은 결국 불참했다.
당시 경제수석이었던 신한국당 韓利憲(한이헌)의원도 6일 『그때 통산부로부터 「대통령이 준공식에 참석하시는 것이 좋겠다」는 건의가 들어와 다른 수석들과 검토, 「참석하시지 않는 게 좋겠다」고 대통령께 건의했다』고 밝혔다.
당시 청와대에서 일했던 다른 인사도 『만일 그때 대통령이 참석했더라면 지금쯤 얼마나 큰 오해에 휘말렸겠느냐. 다행이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 박씨가 『한보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을 당진제철소 준공식 때 처음 만났다』고 말한것도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보와 청와대의 일부관계자들은 『박씨는 경제수석시절과 제철소 준공식 이전에도 정씨를 만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보의 코렉스공법 도입을 담당과장이 전결처리해 나는 보고받지 못했다』는 박씨의 말에 대해서도 정부 관계자들은 반박했다.
통산부 관계자는 『형식논리로는 맞을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말이 안된다』며 『박전장관의 전면부인 발언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기술도입이 과장전결사항이긴 하지만 장관에게 여러차례 보고하지 않고는 결재가 이뤄질 수 없는 것』이라며 『이런 경우에는 보통 장관의 내부결재가 있은 뒤에 과장전결로 발표되는 법』이라고 전했다. 지난 94년 삼성그룹의 자동차신기술 도입도 형식적으로는 과장전결이었다.
이같은 논란은 박씨 발언전체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에 따라 한보에 대한 본격투자 지원 및 코렉스공법 수용과 관련, 그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김기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