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도파, 얼굴없는 M&A공방…특정세력 집요한 株매집

  • 입력 1997년 2월 1일 20시 15분


[李熙城기자] 대농그룹의 지주회사인 미도파가 얼굴 없는 합병인수(M&A)세력에 의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도파의 경영권장악을 위해 M&A 세력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도파주식을 집중 매입했다. 이에 따라 증시에는 이들이 미도파주식의 30%가량을 확보했을 것이란 소문까지 나돌고 있으나 정작 이들의 정체는 일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당초 증시에는 홍콩재벌인 리카싱이 홍콩 페레그린증권과 신동방그룹이 합작 설립한 동방페레그린증권사 창구를 통해 미도파주식을 매집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한도가 종목당 20%에 불과한 실정을 감안할 때 이 소문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동방페레그린증권이 적대적인 M&A세력들의 매입창구로 알려지면서 신동방그룹이 盧泰愚(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을 이용, 미도파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는 소문이 지난달초 파다하게 퍼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의 일부관계자들이 소문의 진위를 가리기위해 朴龍學(박용학)대농그룹 명예회장을 청와대로 부르기도 했으나 이 소문 역시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오히려 미도파경영권 장악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진 국내 S사 L사 등이 홍콩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에 역외펀드(국내의 각종 규제를 피하기 위해 외국에 세운 펀드)를 설립한 뒤 거꾸로 이 자금을 국내에 유입, 미도파주식을 매집하고 있다는 소문이 신빙성이 높은 편이다. 미도파는 지난달 25일 경영권방어를 위해 발행즉시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모(私募)전환사채(CB)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증권거래소에 공시했다. 이와 함께 대농그룹은 지난달 19일과 20일 이틀동안 3백여억원을 투입, 장내외에서 미도파주식 2백21만주(전체 주식의 15.36%)를 매입했다. 이에 따라 박명예회장 등 대주주들의 지분율은 기존의 16.97%에서 32.33%로 늘어났다. 보통의 적대적인 M&A세력들은 기존 경영진들이 이정도 수단을 동원, 경영권 방어에 나설 경우 스스로 포기하고 물러섰다. 그러나 미도파경영권을 노리는 세력들은 대농측이 지분을 늘릴 수록 덩달아 주식을 추가로 사들이는 등 공세적인 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있다. 미도파의 사모사채 발행 공시가 있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동방페레그린창구를 통해 매입된 미도파주식은 모두 1백71만주를 넘어섰다. 증권전문가들은 이중 상당수가 M&A세력에 넘어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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