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수사 착수시점]검찰 『경제우려 시기 조절』

입력 1997-01-25 20:21수정 2009-09-27 06:34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보그룹 부도사태에 대한 검찰의 움직임이 신중하면서도 조금씩 속도가 붙고 있다. 검찰은 한보철강이 제일은행 등으로부터 무려 4조9천억여원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불법특혜비리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어느 시점에 가서는 본격적인 수사착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당장 한보사태에 손을 댈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파장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대검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보철강이 그렇게 많은 돈을 대출받았는데 비리가 없을리 있겠느냐』며 『그러나 지금 당장 검찰이 나선다면 한보그룹은 공중분해될 것이 뻔하고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는 불가피하겠지만 검찰이 서둘러 앞장설 때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법원의 한보철강에 대한 법정관리여부결정과 채권은행단의 수습노력 등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적절한 시점에 수사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崔炳國(최병국)대검중수부장도 25일 『재정경제원과 은행감독원이 대출과정의 비리여부 등을 면밀히 조사할 것이며 그 결과에 따라 고발이나 수사의뢰가 있으면 수사에 나서겠다』고 밝혀 당장 전면수사에 착수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최중수부장은 또 『현재까지 부도처리된 것들은 모두 어음으로 당좌수표는 없다』며 『보통 부도가 났을 때 1차로 문제가 되는 부정수표단속법위반혐의도 아직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검중수부와 서울지검 특수1부는 24일부터 정치권과 언론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에 대해 활발하게 정보수집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대출비리로 구속됐던 李喆洙(이철수)전제일은행장 수사 당시 확보된 각종 수사자료를 통해 한보그룹 대출관련사항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지금 검찰의 상황은 언제라도 마운드에 등판할 수 있도록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는 구원투수 정도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일단 수사에 착수하게 되면 대검중수부의 1,2,3과가 모두 투입되는 것은 물론 국세청의 지원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해 수사규모가 엄청날 것임을 예고했다. 한보철강이 금융기관들로부터 특혜성 대출을 받게된 과정과 그 과정에서 불법특혜가 있었는지, 막후실력자에 의한 부당한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 등의 의혹을 명쾌하게 밝혀내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들은 우선 수사대상으로 △금융기관들이 한보그룹에 담보도 확보하지 않고 천문학적인 규모의 대출을 해준 경위 △제일은행이 동일인 여신한도 제한규정을 3,4배나 초과해 대출해준 경위 등을 꼽고 있다. 그리고 만약 이 과정에서 한보그룹의 자금이 정치자금이나 로비자금으로 흘러들어간 사실 등이 포착될 경우 금융계는 물론 정치권과 관계에도 불똥이 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金正勳기자〉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