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인상되면 수출은 늘어나고 수입은 줄어든다. 지난 1년동안 국제수지적자가 우리나라 역사상 최대인 약 2백30억달러에 이르렀으며 외채는 1천억달러를 넘어섰다. 수출입을 고려한 환율변경 없이, 즉 달러와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을 과감하게 올리지 않으면 지난해의 저성장, 무역수지 적자폭의 심화, 외채의 누적은 반복될 것이며 우리나라는 94년 멕시코와 비슷한 국제적 경제위기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
▼무역적자 개선에 효과▼
지속적인 무역흑자를 기록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교역상대국에 비해 우리 산업의 구조를 고능률 저비용적인 것으로 만들어 수출품의 생산원가를 줄이고 수입대체품을 염가로 생산함으로써 수출품은 싸지게 하고 수입품은 국산보다 비싸지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그래서 우선 당장은 미국 달러와 일본 엔에 대한 원화의 가격(환율)을 조정함으로써 적자의 폭이라도 줄여야 한다.
지난해 12월 중순 어느 신문사설은 환율인상을 반대하는 이유로 「올들어 달러환율은 6.5%나 올랐지만 수출은 4.6%만 늘고 수입은 10.6%나 늘어 났기 때문에 이제는 원화의 가치조정이 수출과 연관성이 없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이는 국제자유시장에는 가격기능이 없는 것처럼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결과다. 85년 환율이 사상 최고였던 달러당 8백90원에 힘입어 89년까지 1백92억달러라는 사상 유례없는 무역흑자를 기록한 사실과 그후 8백90원에서 6백80원(89년)까지 24%나 원화가치가 절상되었을때 우리나라의 수출품은 비싸지고 수입품은 값이 싸져 다시금 적자대국으로 전락하게 된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처럼 수출주도형으로 경제대국이 된 일본은 95년 5월 달러당 83엔을 40%가량 절하하여 1백16엔으로 대미(對美) 환율을 조정하고 있었던 기간 중, 우리나라는 달러당 7백60원을 8백43원으로 11%밖에 절하하지 아니하였으며 동기간 중 원화의 엔화에 대한 환율은 9백14원에서 7백43원으로 19%나 절상시킨 우(愚)를 범하여 무역적자 발생에 크게 작용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환율정책이 일본과 비슷했다고 가정하면 달러에 대한 환율은 1천60원이 된다. 대(對) 일본 환율은 현재의 7백34원에서 95년 5월의 9백14원으로 환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기적으로 수출은 상대가격을 결정하는 환율과 상대국의 경제성장률 등에 의해 결정되고 수입은 환율과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에 의해 결정된다는 경제원론에 입각하여 간단하게 논의하면 현재 우리나라가 선택 가능한 적자반감(半減) 대책은 환율인상과 경제성장률 반감 뿐이다. 그러나 수입을 감소시키기 위해 성장률을 반감시킨다는 것은 선진국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잘못된 생각이다.
▼성장률 줄이기는 잘못▼
환율이 오르면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물가는 통화량 조절, 정부재정의 긴축, 유통구조 개선, 물류비용 절감 등 종합적인 대책으로 억제하면 된다. 가까운 일본의 예를 보면 과거 1년동안 환율이 30%이상 올랐음에도 물가는 조금도 오르지 않고 오히려 떨어졌다.
물론 환율인상만이 무역수지를 개선하지는 못한다. 수출증가와 수입감소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지만 우선 단기정책으로 원화가치의 부당한 고평가에 의한 국제수지의 악화만이라도 시급히 방지해야 한다. 지난번 내한한 MIT대의 돈 부시교수도 필자와 같은 주장을 강력히 피력한 바 있다.
장 영 식<뉴욕주립대 경제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