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油價인상」소비자 저항…「검은 리본」항의차량 등장

  • 입력 1996년 12월 25일 20시 19분


세밑 거리에 검은색 리본을 단 승용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PC통신 하이텔의 자동차 동호회 소속 회원들이 정부의 유가인상에 항의하기 위해 25일부터 자동차 안테나에 검은색 리본을 달고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검은색 리본과 함께 승용차 뒷유리창에 「유가인상 반대」라는 내용의 스티커도 붙이고 다닌다. 이 스티커는 「교통문제 해결없는 유가인상 반대한다」 「8백15원 기름값 중 5백50원세금이 웬 말이냐」 「대안없는 유가인상 시민들은 분노한다」 「유가인상 신한국당 다음선거 어림없다」 등의 내용들. 「공감이 가시면 경적을 세번 울려주세요」라는 등의 안내문도 함께 붙여 시민동참을 호소하는 차도 있다. PC통신 자동차게시판(go CAR)에 유가인상을 항의하는 글들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휘발유 판매가가 ℓ당 7백27원에서 8백15원으로 12.1% 오른 지난 14일 부터. 이 운동의 첫 제안자인 이근우(chemie)씨는 지난 14일 PC통신 자동차게시판에 『지난해 세수의 15%에 달하는 자동차세금을 거두었으면서도 교통지옥은 여전하고 이번 인상요인에도 전혀 근거가 없다』며 『정부의 유가인상에 반대하는 뜻으로 25일부터 차에 검은색 리본과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자』고 제의했다. 그러자 이에 호응하는 글 1천여건이 PC통신에 쏟아졌다. 『국민들이 강력히 반발 한번 못하기 때문에 세계적인 유가하락바람속에서도 우리 국민들만 가장 비싼 휘발유를 쓰고 있는 것』 『우리같은 서민운전자를 「봉」이나 「무지렁이」정도로 밖에 여기지 않는 정부의 횡포』 등의 내용이었다. 그간 정부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PC통신 동호회원들이「온라인(On―line)」상에서 항의하는 적은 많았으나 거리로 나와 시민들과 함께 「오프라인(Off―line)」 운동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주 등 지방에서도 『대도시 교통난 해소를 위해 휘발유값을 인상한다면 지방 사람들은 괜히 희생되는 것 아니냐』고 항의하며 이 운동에 호응하고 나서 점차 전국적인 캠페인이 돼가고 있다. 이씨는 24일 밤 통신에 띄운 글을 통해 『검은리본 운동은 아기예수의 탄생일에 무능한 정부 여당의 사망을 선고한다는 비폭력 침묵투쟁』이라며 『정부가 유가인상에 대한 대책을 보일 때까지 이 운동은 계속될 것이며 우리 운전자들도 기초질서를 잘 지키고 불필요한 운행을 줄이는 등 모범을 보여나가자』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에 항의하기 위한 통신상의 리본운동은 미국 의회에서 음란물 규제를 위한 정보검열법에 대해 항의하기 위한 「블루리본」캠페인에서 시작됐다. 「통신에서의 자유」를 외치며 전세계의 인터넷 사이트들에서 전개한 「블루리본」운동으로 정보검열법은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었다. 〈田承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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