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院宰 기자」 정부가 노동관계법의 핵심쟁점 조항을 거의 노사개혁위원회의 공익위원안 수준으로 양보한 내용의 협상안을 비밀리에 마련한 것은 그만큼 정부측의 법개정 의사가 확고하며 시기적으로도 다급한 상황에 빠져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즉 정부가 내년 봄의 「춘투(春鬪)」와 대선정국이 본격화하기 전에 입법조치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임시국회가 소집되는 오는 23일부터 시작될 여야의 노동법개정협상에서 신한국당이 야당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일 수 있는 여지를 넓혀 주겠다는 뜻도 담고 있다.
실제로 정부의 협상안이 담고 있는 △정리해고제 △파업중 대체근로제 △직권중재대상 등 3개 조항은 마지막까지 노사간에 논란이 된 대목이었다.
따라서 노동계를 부분적으로 손들어준 이같은 양보안이 신한국당에서 손대지 않은 채 야당에 제시될 경우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노동법개정 처리과정이 의외로 잘 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정부 협상안에 대해 여야 각당의 태도는 아직 불분명하다.
신한국당은 정부안의 기본 골격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대체근로제 등 일부 조항에서는 야당과 얼마든지 협상할 수 있다는 태도다.
鄭泳薰(정영훈) 제3정조위원장은 20일 『쟁의과정에서 외부근로자를 데려와 일을 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힘든 것 아니냐』며 외부근로자의 대체근로조항을 양보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정리해고제와 관련, 『해고 위협에 따른 근로자 지원대책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李相得(이상득) 정책위의장도 『다음주부터 국회차원의 노동법개정공청회를 열고 대야협상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야당의 경우 국민회의가 여야3당 공동기구를 제의하는 등 노동법개정 합의처리를 원하고 있어 정부 협상안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소속인 方鏞錫(방용석) 韓英愛(한영애)의원은 『정부안의 대체근로제와 정리해고제가 근로자의 극한투쟁을 낳는 억압적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해 왔다.
대체적으로 재계입장을 지지하고 있는 분위기인 자민련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이다.
앞으로 협상과정에서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것은 정부개정안이 내년부터 허용하고 있는 상급단체의 복수노조 설립에 대한 신한국당소속 일부 의원들의 반발이다.
여야 모두 노동법개정 문제를 내년 대선에서의 득표와 연결하고 있어 정부가 제시한 이 협상안의 합의점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될 것인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