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세계TV시장 제패 물거품

  • 입력 1996년 12월 6일 08시 14분


「白宇鎭기자」 프랑스의 톰슨 멀티미디어를 인수, 세계적인 TV제조업체로 도약하려던 대우그룹의 야심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프랑스 정부가 톰슨그룹의 민영화절차를 일방적으로 중단한 이후 대우그룹은 金宇中(김우중)회장 주재로 회장 및 사장단회의를 여는 등 「톰슨」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나 뾰족한 수가 없어 난감해 하고 있다. 인수조건에 대한 서류상 합의가 아무 것도 없어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도 없는 형편. 대우전자는 프랑스정부의 이번 결정은 대우가 제시한 조건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됐다며 여러 경로를 통해 대우의 입장을 재차 설명, 이해의 폭을 넓혀나가겠다는 입장이다. 裵洵勳(배순훈)대우전자회장은 『프랑스정부가 조만간 발표한다고 한 민영화 재개 조건을 지켜본 뒤 대책을 찾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정부는 톰슨 멀티미디어가 대우전자에 넘어감으로써 선진기술이 유출될 것을 우려한 민영화위원회의 건의에 따라 민영화를 보류했다. 민영화위원회가 대우그룹의 취약한 재무구조도 문제삼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상은 「프랑스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톰슨 멀티미디어를 한국의 무명기업에 내 줄 수 없다」는 프랑스 국내 여론에 굴복한 것으로 대우그룹은 분석하고 있다. 대우는 부실기업인 톰슨 멀티미디어의 총부채 1백60억프랑(2조5천억원)중 1백10억프랑(1조7천억원)을 프랑스정부가 갚아주는 조건으로 단돈 1프랑에 톰슨을 인수하기로 프랑스측과 합의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분위기로는 프랑스 정부가 민영화절차를 재개한다고 해도 대우전자가 다시 톰슨 멀티미디어 인수업체로 선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우전자 카드」로 쓴맛을 본 라가르데르그룹이나 다른 인수희망 기업이 대우전자를 제휴선에서 제외, 대우전자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기 때문. 프랑스 정부로서도 여론과 민영화위원회가 등을 돌린 대우전자의 손을 다시 들어줄 까닭이 없다. 결국 유럽 2위의 TV업체를 「RCA」 「텔레풍켄」 등 세계적인 브랜드와 함께 사들여 세계 TV시장을 주름잡겠다는 대우의 야심은 일장춘몽이 되고 만 것이다. 이번 파문으로 톰슨 인수와 함께 추진해온 SGS톰슨과의 비메모리반도체사업 제휴도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대우측은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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