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개정안/재계-노동계 반응]득실 저울질 분주

  • 입력 1996년 12월 3일 19시 59분


「李基洪기자」 ▼노동계 반응▼ 『솔직히 총파업을 한다는 게 내심 부담스러웠는데 이젠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없게 됐습니다』 한국노총 관계자들은 3일 정부의 노동법개정안을 보고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정부안이 재계쪽으로 기울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이날 朴仁相(박인상)위원장은 아무말 없이 입술만 깨물었다. 李柱完(이주완)사무총장은 『이젠 한국노총 지도부가 파업을 하지 말라고 만류해도 조합원들이 말을 듣지 않을 상황』이라고 말했다. 복수노조 허용으로 합법화의 길이 열린 민주노총의 정성희대외협력국장도 「경악과 분노」라는 두 단어로 내부 반응을 전했다. 정리해고제 변형근로제 도입 등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지만 파업중 대체근로 허용, 공익사업장 범위조정 등 마지막까지 논란을 벌였던 주요 쟁점에 대해서도 정부가 재계쪽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데 대해 상당히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내에선 정부가 「강수」를 두는 바람에 민주노총의 선택이 쉬워졌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4일 총파업 찬반투표, 12월 중순 총파업 돌입」이라는 당초 계획을 변경할 여지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노동계 내부에선 『금년내 노동법개정은 물건너 갔다』는 분석도 나돌고 있다. 야당이 국회통과에 동조하기엔 법안 내용이 너무 한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에 반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여당의원들도 근로자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정기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논리다. 한편 민주노총은 내부적으로 4일 찬반투표에 3백40개 사업장 정도가 동참하고 총파업에는 30만명 정도가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무기한 총파업에 앞서 오는 13일경 4시간 정도 시한부 파업을 벌이고 16일경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총파업 관련자는 모두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앞으로 2주일간 정부와 노동계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李鎔宰기자」 ▼재계 반응▼ 재계는 3일 정부가 노동관련법 개정안을 발표하자 『복수노조 제삼자개입 노조의 정치참여 허용은 향후 사업장에서의 노사관계 혼란을 가져와 기업의 존폐 우려가 있다』며 강경한 반대입장을 천명하고 국회의 법안 심의 과정에서 사용자측 입장이 관철되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재계는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과정 등에서 국제적인 압력을 받은 만큼 복수노조허용 제삼자개입허용 노조의 정치활동허용(3금허용)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기를 희망해왔다. 그러나 국회에서 개정법이 제정되기까지 「3금허용」에 대한 유예기간 등 세부사항에 대한 조건이 변할 경우 노사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적지않기 때문에 계속 사용자측 논리를 내세워 최대한 효과를 거두기 위한 노력을 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는 풀이다. 예를 들어 재계는 복수노조를 허용하더라도 5년의 유예기간(정부안)을 두기로 한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철폐를 앞당겨 수용할 경우 복수노조의 허용으로 야기될 수 있는 노조의 난립 등 문제점들을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3일 열린 30대그룹 기조실장회의에서는 일단 정부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공식적인 의견을 내놓았으나 실은 그간의 핵심 쟁점사항이었던 근로자파견제 정리해고제 등이 개정안에 수용됨으로써 노사정 줄다리기에서 실(失)보다는 득(得)이 많았다는 데는 재계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주요그룹 기조실장과 경총측이 정부안에 강력 반대입장을 표명한 것은 노총의 총파업 위협에 대응하고 국회심의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더 사용자측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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