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부지 낙찰 뒷얘기]『서울시 「앓던 이」빠졌다』

  • 입력 1996년 11월 28일 20시 21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풍백화점 부지가 우여곡절끝에 결국 미원그룹의 미원건설에 낙찰됐다. 미원그룹측은 『국민적 아픔이 서려있는 삼풍백화점 부지에 국제적 시설을 조성해 상처를 씻고 국제도시 서울의 면모를 과시하겠다』고 말했다. 그룹관계자는 『풍수지리상 좋지 않다든지 하는 얘기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사업이란 것은 도전이고 부지의 용도에 맞게 잘 활용해 나쁜 인식을 극복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원그룹은 경영혁신작업의 하나로 유통업에 진출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삼풍백화점부지를 인수하기로 사장단회의에서 전격 결정, 건설 부사장이 직접 실무책임을 맡아 추진해 왔다. 계열사인 건설업체 송산을 내세워 응찰한 나산그룹도 일찍부터 삼풍백화점 부지에 눈독을 들여왔으나 뜻밖의 경쟁상대를 만나 매우 아쉬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현대 LG그룹 등도 서울시에 문의를 하는 등 나름대로 관심을 보였으나 결국 입찰에 응하지 않았다. 사업도 좋지만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역이라는 나쁜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서울시관계자의 얘기다. 한때는 모 불교종단에서 인수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시로서는 이곳이 최초예정가인 2천6백81억원에 훨씬 못미치는 금액에 낙찰됐으나 그나마 팔린 게 다행스럽다는 입장이다. 시는 매각가격을 높이기 위해 백화점부지를 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하고 공매가 유찰될 때마다 가격을 하향 조정하는 등 매각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예상과 달리 원매자가 나서지 않아 곤혹스러워했다. 이는 삼풍사고 보상을 위해 금융기관에서 끌어들인 3천8백억원의 이자로 하루에 1억4천만원의 혈세가 낭비되는 데 따른 부담 때문이었다. 시는 백화점 매각대금 2천52억원을 채무변제에 우선적으로 사용해 급한 불을 끌 계획이다. 한편 삼풍사고 보상금은 현재 3천5백10억원이 집행됐으며 피해 검증이 안됐거나 금액이 결정되지 않은 17명의 사상자에 대해 보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高眞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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