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가 경영부진 「내우외환」…금리인하 타격

  • 입력 1996년 11월 26일 19시 59분


「白承勳기자」 은행권이 사정에다 경영부진으로 내우외환의 진통을 겪고 있다. 금융계는 孫洪鈞(손홍균)서울은행장의 구속과 은감원의 실명제위반 특검 등 「금융사정(司正)한파」에다 내년에는 비상임이사제 도입으로 임원진의 대폭 물갈이가 예상되는 등 심한 외풍을 타고 있다. 여기에다 올해 증시침체로 주식평가손도 눈덩이처럼 커졌고 정부의 「경쟁력 10% 높이기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금리인하와 함께 경비를 줄이느라 심한 수지압박을 받고 있다. 예년에 볼 수 없었던 이같은 내외(內外)변수들 때문에 은행마다 내년도 경영계획 마련에 착수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 우선 내년 계획수립에 앞서 올해 증시침체에 따른 주식평가손 누적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6월말 현재 25개 일반은행의 주식평가손은 2조9천2백39억원에 달했다. 주식평가손이 누적되면 결산때 평가손에 대한 충당금을 별도로 쌓아야하기 때문에 당기순이익도 그만큼 줄어 대부분 은행들은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있다(작년 25개 일반은행의 충당금은 5천4백37억원).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 등 대형시중은행들의 올 주식평가손은 은행당 4천∼6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금융계는 예상하고 있다. 또 내년 경영계획수립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금리인하와 경비절감부문을 어떻게 반영하느냐의 문제. 모 시중은행 관계자는 『감독기관이 경쟁력 10%높이기와 관련, 은행평가부분에 경비 및 금리인하항목을 넣었기 때문에 신경을 안쓸 수가 없다』며 『평가를 좋게 받자니 은행이 골병들고 은행의 수지를 개선시키자니 감독기관의 표적이 될 것이 뻔해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초 점포신설자유화로 점포가 예년의 10여개에 비해 80여개가 늘어났다』며 『내년에도 늘려야할 상황이지만 경비절감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내년부터 외부이사중심 이사제가 도입될 경우 내년 임기만료 은행임원 80여명 가운데 상당수가 퇴진하고 잔여임기를 남겨둔 임원들도 다수가 집행간부로 격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은행가에서는 누가 임원권에서 탈락할지 생존을 위한 탐색전이 펼쳐지고 있으며 연임자들 때문에 임원 승진길이 막히는 고참 부장이나 지점장들이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그리고 사정 여파가 아직도 남아 있어 「사정대상에 서울은행 손행장외에 2∼3명의 금융기관장이 더 있다더라」는 설이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얼마 안있어 은행감독원이 실명제위반특검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은행가는 잔뜩 움츠린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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