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짙은 회색빛』…KDI 내년 경제전망 수정

  • 입력 1996년 10월 29일 20시 23분


수출부진과 함께 성장률이 더욱 떨어지고 국제수지 적자행진이 이어지는 등 우리경제는 내년에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9일 올해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의 9.0%에서 6.8%로 떨어진 뒤 내년에는 6.5%로 더욱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金會平·許文明기자」 그동안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을 7%대로 봐왔던 점을 감안하면 6%대중반으로의 급락은 경기위축 심리를 더욱 자극할 것으로 예측된다. 내년도 경상수지의 예상 적자규모는 1백32억달러선. 올해 1백88억달러까지 확대된 후 내년 하반기이후 수출이 다소 회복기미를 보이면서 경상수지적자가 약간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같은 내년전망은 똑같은 기관인 KDI가 지난 7월 내놓은 전망치, 즉 「6.7∼7.2% 성장에 90억∼1백20억달러 적자」보다 비관적인 것이다. 「경제위기론」이 한창이던 석달전보다도 우리경제에 대한 전망이 오히려 어두워졌다는 뜻이다. 물가의 경우 올해는 정부의 목표치인 4.5%달성이 가능하고 내년에는 4.3%로 낮출 수 있다고 KDI는 전망했다. 9월까지 4.7% 올랐던 올해물가는 정부의 인상업소 세무조사, 농산물풍작 등으로 잡혀가는 분위기지만 내년도에는 밀린 공공요금인상과 대통령선거 분위기 등을 감안하면4%대초반 억제는결코만만치않은상황이다.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29일 내놓은 내년 경제전망은 그나마 민간연구소의 전망치에 비해 훨씬 낙관적이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의 내년도 경제운용계획을 짜기에 앞서 「전망치」가 아닌 「목표치」를 내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예컨대 성장률의 경우 현대(6.7%)를 제외한 삼성 대우 LG 등 민간기업 연구소와 산업연구원(KIET) 금융연구원 등은 6.0∼6.4%로 낮춰 잡고 있다. 경상수지적자도 1백52억∼1백74억달러, 물가는 4.3∼5.0%로 KDI의 전망과는 격차가 있다. KDI가 내년 성장률을 당초예상보다 낮춰 잡은 것은 수출과 설비투자가 쉽게 호전되지 않으리라는 전망때문이다. 설비투자의 경우 지난해는 15.9%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으나 올해는 3.8%로 대폭 둔화되고 내년에는 2.1%로 더욱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불투명한 수출전망과 재고누적으로 기업들이 투자조정에 들어가는 시점이다. 수출은 내년에도 교역조건이 좋아질지 불투명하다. 다만 세계경제의 호전과 원화절하의 시차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렇게 볼때 수출은 올해보다 11.5% 증가한 1천4백24억달러, 수입은 7.3% 늘어난 1천4백89억달러에 이를 전망. KDI는 『앞으로의 경제운영은 경기연착륙을 유도하면서 물가안정과 경상수지 적자 축소에 역점을 둬야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특히 내년엔 선거가 있으므로 경제팀이 부양책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인기정책에 영합하는 사태가 빚어지면 우리경제는 구조개혁의 기회를 상실, 난조에 빠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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