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운 교수는 “제품과 서비스의 질, 가성비 등으로 경쟁하던 시대는 이제 지나가고 있다”라며 “기업이 어떤 정신, 마음으로 경영하는 지가 소비자들의 중요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관동대 제공.
좋은 말이 다 담긴 사훈(社訓)이 정말 돈 버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물며 종교 가르침을 창업 정신으로 삼는다면?
올 1월 ‘창업, Omnibus Omnia(옴니부스 옴니아)’ 교양과목을 개설한 서정운 가톨릭관동대 창업대학원 교수(창업연구소장)는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동선과 연대성 원리는 과거 창업 교육에서 간과돼 온 가치”라며 “하지만 이젠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성경(고린도전서)에 나오는 ‘옴니부스 옴니아’는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란 의미. 고 정진석 추기경의 사목 표어이기도 하다. 서 교수는 “창업 정신을 단순한 이윤 추구가 아닌, 사람에서 시작해 사람에게 되돌아가는 과정으로 삼자는 것”이라며 “창업과 공동체를 위한 헌신, 봉사 정신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닌 선순환하는 상호 관계”라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가 들으면 무슨 공자님 말씀이냐고 웃을지 모르지만, 대전 성심당이나 오뚜기, 친환경 의류 기업 파타고니아 등 공동체와 사람 중심의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서정운 교수는 “제품과 서비스의 질, 가성비 등으로 경쟁하던 시대는 이제 지나가고 있다”라며 “기업이 어떤 정신, 마음으로 경영하는 지가 소비자들의 중요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관동대 제공.우리 사회에 ‘돈쭐(돈으로 혼쭐낸다)’이란 말이 등장한 배경에도 가성비, 제품의 질을 넘어 자신의 선택에 가치를 더하고 싶은 소비자들의 심리가 자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업은 학생들이 이런 창업 정신과 관련한 본질적인 물음을 교수나 친구, 인공지능(AI)에 던지고 대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창업이 세상에 어떤 가치를 더할 수 있는지 마주하며 끊임없이 고민한다고 한다.
다만 서 교수는 “이런 공동선 추구 등의 창업 정신을 단지 새로운 마케팅 방법으로만 여기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성심당 등이 인정받는 건 어려움 속에서도 오랜 세월 창업 정신을 잃지 않고 지켜왔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서 교수는 “창업가에게 창업 정신이란, 힘들고 흔들릴 때 자신을 붙들어 줄 수 있는 기준 같은 것이어야 한다”라며 “그런 면에서 어떤 종교든 인간 존엄성, 연대성, 인류에 대한 헌신과 봉사를 강조하는 종교의 가치관은 훌륭한 창업 정신이 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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