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수와 재료가 춤춘다…다미앵 잘레·나와 코헤이의 ‘플래닛’ 한국 초연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17일 16시 14분


다미앵 잘레 안무가와 나와 코헤이 작가가 함께 만든 현대 무용 ‘플래닛(방랑자)’. GS아트센터 제공
다미앵 잘레 안무가와 나와 코헤이 작가가 함께 만든 현대 무용 ‘플래닛(방랑자)’. GS아트센터 제공
프랑스 파리 오페라 발레단과 독일 사샤 발츠 무용단 등 세계적인 무용단과 작업해 온 벨기에 출신 안무가 다미앵 잘레(50). 그는 안토니 곰리,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등 유명 현대 미술가와협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잘레 안무가는 일본 예술가 나와 코헤이(51)와 2016년부터 여러 작품을 함께 해왔다. 이 가운데 ‘플래닛(방랑자)’과 ‘미스트’, ‘프리즘’이 한국을 찾는다. 24일부터 28일까지 서울 GS아트센터에서 선보이는 작품의 무대 미술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플래닛’을 중심으로 미리 살펴봤다.

나와 작가는 박제된 동물의 표면을 수정 구슬로 덮은 작품으로 국내 미술품 소장가들에게도 익숙하다. 동물뿐 아니라 의자, 컴퓨터 같은 일상적 사물에도 유리구슬을 입히는데, 여기서 그가 관심을 갖는 건 ‘피부’다. 작가는 “세상 모든 물체가 입자로 구성돼 있고, 이 입자를 모아 형태와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 피부라고 본다.

24~26일 먼저 무대에 오르는 ‘플래닛’은 2021년 프랑스 파리 샤이요 극장에서 초연됐다. 인터내셔널 시어터 암스테르담(ITA), 싱가포르 국제예술축제 등 주요 페스티벌과 극장을 투어 중인 작품으로 국내에선 초연이다.

플래닛 무대에선 나와 작가가 설치 미술에 사용했던 끈적한 액체나 반짝이는 가루가 무용수의 피부가 된다. 춤에 방해가 되는 다양한 물질들을 뚫고 움직이는 안무가들은 무대 위에서 일종의 조각품이 되는 셈. 나와 작가는 “언제인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행성의 가혹한 환경으로 설정하고, 그에 저항하며 방황하는 생명의 모습을 그려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플래닛’ 무대 바닥엔 빛을 반사하는 검은 알갱이들이 깔려 있다. 태초의 행성이 태어나는 칠흑 같은 어둠을 표현했다. 이 입자들은 무용수들이 움직일 때마다 흩어지며 행성의 지형이 변하는 과정을 표현한다.

‘플래닛’은 잘레 안무가와 나와 작가가 함께 방문한 일본 이시노마키 지역에서 본 풍경에서 출발했다. 이 곳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봤던 지역 중 하나. 파도에 밀려와 해안가에 처참하게 내동댕이쳐진 거대한 나무 그루터기와 뿌리를 보며 두 사람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거대한 자연의 힘 앞 놓인 연약한 생명은 지구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투쟁, 쾌락, 고통 등 상반되는 여러 감정을 끌어온다.

잘레 안무가는 “플래닛의 핵심은 다양한 재료”라며 “좀처럼 길들여지지 않는 나와의 무대 세트와 무용수들이 관계를 맺는 것이 관건”이라며 “바닥은 모래로 덮여 있어 불안정하고, 지면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다. 그 위에서 움직이려면 완전히 새로운 감각을 발달시켜야 한다” 고 했다. 나와 작가는 “다미앵이 무용수의 안무를 짜듯, 나는 무대 위에서 전개되는 다양한 재료를 안무한다. 말하자면 ‘재료의 춤’”이라고 설명했다.

플래닛 외에도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 1)와 협업해 선보인 댄스 필름 ‘미스트’(2021년)가 28일 상영된다. GS아트센터가 공동 제작한 ‘프리즘’도 28일 초연한다. ‘미스트’는 나와 작가가 안개를 이용해 불, 화산, 폭포 등 자연의 다양한 모습을 구현하고, 잘레 안무가가 그 자연에 직면한 원초적인 인간의 모습을 무용수를 통해 표현했다. ‘프리즘’은 나와 작가의 연작에서 출발해 무용수들의 신체가 보는 각도에 따라 변형되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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