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년만에 첫 범죄물 ‘골드랜드’
금괴 손 넣고 욕망 눈뜨는 과정 연기… ‘착하고 사랑스런’ 이미지 정면 돌파
“나도 상상 안됐지만 낯선 얼굴 도전… 연기 변신 받아들여져 카타르시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배우 박보영은 최근 종영한 ‘골드랜드’(오른쪽 사진)로 첫 장르물을 무사히 소화했다. 그는 “주위를 돌아보면 잘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늘 비교 속에 살았지만 요즘은 자신감을 조금씩 찾고 있다”고 말했다. BH엔터테인먼트·디즈니플러스 제공
“저는 멀리 안 봤어요. 정말 바로 앞만 보고 버텼어요.”
‘국민 여동생’이란 수식어로 오랫동안 불려 온 배우 박보영(36)이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착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여전히 스스로의 연기에 박한 점수를 준다. 촬영장에서 ‘컷’ 소리를 들은 뒤 ‘잘했다’고 여긴 적이 많지 않다고. 자신에게 한 가장 큰 칭찬이 ‘나쁘지 않은데?’란다. 어느덧 20년 차 배우가 된 그를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06년 EBS 청소년 드라마로 데뷔한 박 배우는 상당히 빨리 인지도를 쌓았다. 2008년 출연한 영화 ‘과속스캔들’이 관객 수 800만 명을 넘기며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때 나이가 18세였다. 배우로서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킨 작품이지만, 그는 할 수만 있다면 이 작품에 다시 도전하고 싶다고 한다. “풋풋한 맛이 있긴 한데, ‘좀 더 잘할 순 없었니’ 하는 마음이 자꾸 든다”면서.
늘 목말랐던 것 중 하나도 연기 변신이었다. 사실 ‘늑대소년’(2012년)과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2015년),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2015년)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왔지만, 기존 이미지가 워낙 강하다 보니 배우로서 돌파구가 필요했다. 기회가 될 때마다 악역이나 어두운 배역의 대본을 찾아다녔다.
그러던 중 2년 전 디즈니플러스 ‘골드랜드’ 대본을 만나 첫 범죄물에 도전했다. 우연히 금괴를 손에 넣은 김희주 역을 맡아 평범했던 인간이 욕망에 사로잡히는 과정을 그렸다. 4월 말 처음 공개된 작품은 최근 10부작이 완결됐다. 박 배우는 “대본을 읽을 때 전혀 제가 떠오르지 않아서 상상이 잘 안 되는 작품이었다”면서도 “피 칠갑할 기회가 많지 않다 보니 한번쯤은 제 낯선 얼굴을 드러내 보는 게 이번 작품의 목표였다”고 밝혔다.
“새로운 캐릭터에 욕심이 있다고 해도 만약 시청자분들이 ‘너의 이런 모습을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다’고 하시면 다시 밝은 작품으로 돌아왔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진 않은 것 같아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이제 나이 들어가는 저의 얼굴, 기존과는 다른 모습도 받아주시는 것 같아요.”
실제로 최근 필모그래피는 연기 변신에 대한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정신병동 이야기를 다뤘던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2023년)와 1인 2역을 연기한 ‘미지의 서울’(2025년)이 대표적이다. 박 배우는 “어릴 때는 로맨틱 코미디가 가장 재밌었는데, 최근 몇 년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관심이 갔다”며 “오락 작품을 했을 때와 다른 결의 뿌듯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그런데 요즘은 ‘내가 뭐라고 메시지를 드리나’ 싶어서 다시 밝은 작품으로 돌아가 일상의 재미를 드리고 싶다”며 웃었다.
박 배우는 평소에도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한다. ‘지난번과 너무 비슷한 연기 아닌가?’ ‘방금 너무 기계적으로 연기했나?’ 하는 걱정들이 시시각각 찾아온단다. 매 순간 고비가 오는 것 같지만 “버티면 장땡”이란 긍정적인 생각으로 무장한다. 관객들 덕분이다.
“제 출연작을 보고 ‘내 인생작이 됐다’고 말씀해주는 분들이 있어요. 제가 상상하지 못할 만큼 작품의 힘이 그분들께 크게 작용하더라고요. 살아갈 힘을 얻었고, 오늘내일을 버티는 힘이 됐다는 말은 저에게도 큰 힘이 돼요. 스스로 얻는 성취감은 그 다음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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