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고독한 사색가’ 헤세, 개그 욕심도 있었네

  • 동아일보

◇너무 진지하게 여기진 말아요/헤르만 헤세 지음·배명자 옮김/400쪽·2만3000원·피카


성장 소설의 대명사인 ‘데미안’, ‘싯다르타’ 등을 쓴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는 인간 내면을 깊이 있게 탐구한 묵직한 작품을 주로 선보였다. 작가의 실제 삶 역시 고단한 편이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조국인 독일 사회를 비판해 온 그는 결국 스위스로 망명해서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알고 보면 헤세에게 그렇게 진지하고 심각한 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 책은 헤세의 미발표 산문과 시, 그리고 그와 그의 주변인들이 기록한 일화들을 모은 선집이다. 책을 통해서 읽을 수 있는 헤세는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소박한 사람이다. 장난과 아이러니를 즐기면서 자기 자신을 웃음거리로 삼는 것도 꺼리지 않는다.

전반부에 실린 해학적이고 풍자가 가득한 이야기와 엉뚱한 주제와 말장난으로 쓰인 시들은 작가 헤세의 재기 넘치는 면모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단편소설 ‘크뇔게 박사의 종말’에서는 채식주의에 지나치게 빠진 나머지, 문명을 거부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자연 속에서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꾸린 그들은 더 날것의 삶을 살수록 존경받는다. 그중 최고봉은 심지어 고릴라로 ‘퇴화’해 버린 남자. 주인공이 그에게 강렬한 질투를 느끼는 부분이 웃음을 유발한다.

책을 읽다 보면 그가 일상에서도 유머를 자주 구사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보게 된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헤세의 모습이 새롭게 조명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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