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선(談禪)대법회 혜국 대선사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싸우는것
그 기운을 서로 이해하는데 써야”
혜국 대선사는 “희망이라는 마음의 등불 하나만 켠다면 누구나 자신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백번 옳다 해도 그건 내 생각, 그런 아집이 세상을 어지럽히니….”
13∼19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세계 평화와 국민 화합을 위한 담선(談禪) 대법회’가 열렸다. 담선 대법회는 고려시대 3년마다 봉행하던 대표적인 불교 행사였으나, 조선시대에는 명맥만 이어졌다. 광복 뒤에야 선불교 부흥과 함께 사찰별로 재개됐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지난해부터 이를 국내 대표적인 선승(禪僧) 7명을 초청해 설법을 펼치는 전국적 법석(法席)으로 승화시켜 열고 있다. 15일 봉은사에서 만난 혜국 대선사(석종사 조실)는 “내 마음의 욕망을 다스리기 전에는 행복도, 평화도 없다”며 “등불 하나 켜면 그게 바로 세계 평화”라고 말했다.
―행복까진 아니라도, 부족한 걸 채워야 편안해지지 않겠습니까.
“밥만 굶지 않으면 행복할 것 같았던 시절이 있었지요. 민주화만 되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던 때도 있었고요. 다 얻었는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대부분 더 불안하고 근심하고 괴로워하지요. 이 세상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닙니다. 내 마음을 다스리기 전에는 행복도, 평화도 없는 것이지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등불을 켜라고 하셨습니다.
“근심, 걱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모든 성인이 시간 날 때마다 걱정 근심하라고 가르쳤을 겁니다. 걱정, 근심, 번뇌, 망상은 모두 어둠입니다. 방이 깜깜한데 걸레로 닦고, 빗자루로 쓴다고 어둠이 없어지겠습니까. 번뇌 망상과 싸우려 하지 말고, 등불 하나만 켜세요. 번뇌, 망상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내 마음에 지혜(빛)가 나타나지 않는 게 번뇌 망상이지요.”
―외람되지만, 알 듯 모를 듯합니다.
“콧줄 끼고 천장만 바라보는 환자는 휠체어 타는 환자가 부럽고, 휠체어 타는 환자는 목발 짚고 걷는 환자가 부럽지요. 두 발로 당당히 걷는다면 뭘 더 바라겠습니까. 근심 걱정을 붙들고 그 속에 파묻혀 살지 말고, 그 뒤에 숨어 있는 내 안의 새로운 희망을 찾으라는 거지요. 봄을 이겨낸 겨울은 없으니까요.”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 속에서도 희망을 보자고 하신 것도 그런 까닭인지요.
“갈등, 싸움도 에너지가 있으니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기운이 다하면 싸우라고 해도 안 싸워요. 아직 우리 국민, 우리 사회에 기운과 열정이 넘쳐나니까, 서로 내가 옳다며 싸우는 거지요. 갈등 자체는 나쁜 게 아닙니다. 단지 그 기운을 상대방도 이해하면서 하나로 합치려고 노력하지 않고 자기편 이기는 데만 쓰는 게 문제지요.”
―아집을 줄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저도 어려워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쉽지는 않지요. 다만 제가 어릴 때 구슬치기하다 코피 터지게 싸운 일이 있습니다. 서로 내가 맞는다며…. 지금 생각하면, 그게 누가 옳다 그르다며 으르렁댈 일도 아니었어요. 지금 서로 죽이려고 그렇게 싸우지만, 조금만 지나면 고작 구슬 몇 알에 불과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과거처럼 꾸짖어 주는 큰어른이 없는 걸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세종대왕이 돌아가셨다고 한글이 사라졌나요. 왜 어른이 없습니까? 그분들이 남긴 법과 뜻이 있는데…. 그 법을 배우고 따르지 않는 우리가 문제지요. 내가 눈을 감고 있으면 어른이 있어도 소용이 없고, 내가 그 법을 따르면 어른이 없어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