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소설이 독자 선택해 뭔가 보여준다고 믿어… 느낌이 안 올땐 선택 못 받은것, 책장 덮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2일 01시 40분


단편 소설 ‘별 세 개가 떨어지다’
젊은작가상 대상 김채원 인터뷰

제17회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자인 김채원 작가. 그는 여러 작품에서 죽음과 애도란 주제를 반복해서 다뤄 왔다. 문학동네 제공
제17회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자인 김채원 작가. 그는 여러 작품에서 죽음과 애도란 주제를 반복해서 다뤄 왔다. 문학동네 제공
소설가 김채원(34)은 어릴 적 작은 화실에서 그림을 배웠다고 한다. 어느 날 데생이 하기 싫어 구석에 숨어 2시간 동안 연필만 깎다가 선생님에게 들켜 혼난 적이 있다. 멀쩡한 연필들을 망가뜨리면서 정작 그림은 시작도 못 한 채 ‘준비’만 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는 지금도 크게 좋거나, 어렵거나, 피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준비만 하며 시간을 보내는 때가 있다고 했다. “용기가 없어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곧장 가지 않고 일부러 돌아가거나, 정면으로 마주하기보다 한발 비껴 선 경험. 김 작가의 작품 속 인물들은 해야 할 일을 직선으로 통과하기보다 비틀거나 미루는 방식으로 반응한다. 때로는 기행에 가까운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우물쭈물함이야말로 지나치게 솔직하고 정직해서 오히려 설득력을 얻는다. 단편소설 ‘별 세 개가 떨어지다’로 제17회 젊은작가상 대상을 받은 김 작가를 지난달 26일 서면으로 만났다.

‘별 세 개가 떨어지다’는 할아버지와 손녀들이 죽은 남성을 묻어주는 이야기다. 지난해 출간한 첫 소설집 ‘서울 오아시스’(문학과지성사)에도 죽음과 애도의 장면이 반복해 등장한다. 스스로 세상을 등진 친구나 가족을 남겨진 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여러 결로 변주해 보여준다.

김 작가는 “죽음도 삶도 저에게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매번 생경하다”며 “다만 열려 있는 감각으로서 죽음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며 조금씩 다른 장면으로 소설에 나타나기도 하는 것 같다. 정해진 것이 없고 변덕을 부릴 수도 있는 열린 방과 같은 존재로서”라고 답했다.

그의 문장은 확정된 의미로 수렴되기를 거부하는 듯하다. 단편 ‘현관은 수국 뒤에 있다’에서 “싸구려 세제 냄새. 지름길. 굴착기 소리. 세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을 순서 없이 구경하고 나서 본 것들을 전부 잊어버렸다” 같은 문장 역시 설명 대신 단편적 감각을 나열하며 의미를 미뤄 둔다. “엄마가 죽었다. 외할아버지가 노인이 되었다”(단편 ‘외출’에서) 같은 선언적 문장에선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이 겹쳐 보인다. 김 작가는 어떤 독자가 그의 소설을 읽길 바라고 있을까.

“저는 독자가 소설을 선택한다기보다는 소설이 독자를 선택한다고 믿어요. 제가 쓴 소설이 스스로 독자를 선택해서 그 독자에게만 무언가를 보여준다고 믿고 있어요. 제가 다른 작가의 소설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그 소설로부터 어떠한 좋음도 싫음도 느끼지 못하는 경우에 내가 이 소설에게 선택받지 못했구나, 하고 책장을 덮어요.”

#김채원#젊은작가상#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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