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로로·공원·우희준…00년생 女 싱어송라이터, ‘시대 불안’ 노래하네

  • 뉴시스(신문)

‘제 23회 한국대중음악상’(KMA·한대음) 나란히 후보
최근 가장 주목 받는 인디 신 가수들

한로로. 어센틱 제공
한로로. 어센틱 제공
한로로(26·한지수), 공원(26·박시은), 우희준(26)…

현재 인디 신(scene)에서 가장 뜨거운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이다. 한국의 ‘그래미 어워즈’로 통하는 ‘제 23회 한국대중음악상’(KMA·한대음)에도 나란히 노미네이트됐다. 오는 26일 열리는 이 시상식에서 우희준은 종합분야인 올해의 신인 with 카카오창작재단/노래/음반 등 5개 부문에, 한로로는 종합분야인 ‘올해의 음악인’ 부문을 비롯 3개 부문에, 공원은 올해의 신인 with 카카오창작재단 1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2000년 새 천년의 시작과 함께 태어난 ‘밀레니엄 베이비’들인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시대를 기록하는 중이다.

2000년은 새천년에 태어난 아이라는 상징성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출산 붐이 일었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또래 학생들의 비극을 목격한 세월호 참사를 겪었고, 가장 활동적이어야 할 20대 초반에 코로나19 팬데믹을 보냈다. 텍스트보다 영상, 검색 포털보다 소셜 미디어가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로 개인주의적 성향이 뚜렷하고 경제 침체 속 공정성에 대해 민감하다.

이렇게 파편화된 개인주의와 생존의 불안 속에서 부유하는 Z세대의 초상 속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연대를 찾고 위로를 건네는 이들이 한로로, 공원, 우희준이다.

청춘을 ‘아프니까’라며 위로하거나 ‘찬란한 시기’로 대상화하는 기성세대의 방식을 벗어나, “내 집은 무너져가는 재의 더미”라고 고백하거나(한로로), 침잠 속에서 자유를 찾고(공원), 수치심을 건축 자재로 삼아 집을 짓는(우희준)다.

이들의 음악에는 90년대 인디 감성의 향수와 세련된 트렌드가 공존하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공통점은 ‘결핍의 직시’다.

◆한로로, 무너진 집을 보수하는 연대의 록

‘Z세대 록스타’로 통하는 한로로는 이젠 인디가 아닌 명실상부 메이저 반열에 올랐다. 그녀의 스타성을 일찌감치 알아본 삼성물산 패션부문 비이커(BEAKER)는 협업 프로젝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2022년 ‘입춘’으로 데뷔한 한로로는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내한공연 오프닝 무대와 현재 멜론 등 음원차트 상위권을 장악 중인 ‘사랑하게 될 거야’ 역주행을 거쳐 소설과 EP로 구현된 ‘자몽살구클럽’을 거쳐 ‘Z세대 뮤지션’의 기수가 됐다.

한로로의 음악은 밴드 사운드를 기반으로 삼는다. 정서는 맹목적인 희망가가 아니다. 청춘을 금빛으로 채색하는 대신 “비행을 마치고 돌아온 집이 사실은 무너져가는 재의 더미”였음을 고백하는 리얼리스트다.

한로로에게 음악은 생존을 위한 ‘보수공사’다. 그녀가 외치는 “우리의 길을 찾아 떠나자”는 구호는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상처투성이 손을 맞잡고 이 차가운 현실을 견뎌내자는 절실한 제안이다.

1만 명(작년 11월 22~23일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한로로 4th 단독 콘서트 ’자몽살구클럽‘ 관객수)이 한로로의 노래를 떼창하는 이유는, 그녀가 무대 위 스타가 아닌 옆집 친구처럼 수평적 위로를 건네며 ’나만 아픈 게 아니었다‘는 안도감을 주기 때문이다.

◆공원, 슈게이징이라는 자유의 윤슬

공원(박시은). 아카이브아침 제공
공원(박시은). 아카이브아침 제공
공원(박시은)은 내면으로 침잠함으로써 바깥으로 해방되는 역설을 노래한다. 지난해 발매한 데뷔 EP ’01‘을 통해 그녀는 국내에서 불모지와 같았던 ’슈게이징(Shoegazing)‘ 장르를 청춘의 언어로 번역해냈다.

신발(Shoe)을 응시(Gazing)하듯 고개를 숙이고 연주에 몰입하는 이 장르에서 공원은 자유를 찾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악기 소리에 묻히는 것이 아니라, 노이즈라는 파도 위에서 반짝이는 윤슬처럼 부유한다. “해방만 무조건 자유가 아니라, 음악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갈 때 자유의 문으로 나올 수 있다”는 그녀의 태도는, 외부의 소음이 너무 큰 시대를 사는 Z세대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능동적 고립‘의 미학이다.

최근 JTBC 음악 경연 프로그램 ’싱어게인4‘ 61호 가수로 눈도장을 받은 공원은 오는 24일 두 번째 EP를 내놓는다. 지난달 30일 발매한 선공개곡 ’곰팡이‘는 스스로를 ’꽃‘이라 믿어왔던 존재가 그 믿음이 무너진 뒤 마주하는 외로움과 두려움,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감정을 담아냈다.

◆우희준, 수치심으로 지은 단단한 방

우희준. 뮤지션 측 제공
우희준. 뮤지션 측 제공
우희준은 베이시스트답게 화려한 멜로디 대신 바닥을 다지는 ’노동‘으로서의 음악을 선보인다. 그녀는 프랑스 철학자 시몬 베유를 인용하며 실패와 주변부의 자리를 자처한다. 그녀에게 ’수치심‘은 숨겨야 할 약점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함을 직시하게 만드는 ’자긍심‘의 재료다. 그녀의 정규앨범 제목은 ’심장의 펌핑은 고문질‘이지만 사실 펌핑의 속뜻은 그녀를 숨 쉬게 하는 구원책이다.

’넓은 집‘이 아닌 자신의 좁은 방에서 원테이크로 녹음한 우희준의 노래들은 거칠지만, 비바람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구조를 지녔다. “모르는 사람”으로 남겠다는 그녀의 선언은, 모든 것을 아는 척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과잉 정보의 시대에 대한 조용한, 그러나 가장 급진적인 저항이다.

◆내일의 기만이 아닌 현실 공감의 진실

결국 00년생 싱어송라이터들이 우리에게 건네는 것은 ’내일은 괜찮아질 거야‘라는 기만적인 티켓이 아니라, ’오늘 우리는 여기서 함께 앓고 있다‘는 진실의 진단서다. 역시 2000년생으로 ’제33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장려상을 받고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 신인 뮤지션 육성지원 사업 ’뮤즈온 2024‘에 선정된 싱어송라이터 겸 기타리스트 연정(YEONJEONG·노연정)도 진솔한 청춘에 방점을 찍는다.

우리는 종종 노래가 상처를 봉합해 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어떤 노래는 상처가 입을 벌리고 있는 그 순간의 표정을 그대로 본뜬다. 봉합이 아니라, 상처가 상처인 채로 숨 쉬게 하는 것. 한로로, 공원, 우희준의 악보엔 치유라는 목적지가 기입돼 있지 않다. 대신 그들은 자신이 서 있는 좌표의 위도와 경도를 정확히 읽어내려 한다. 그 좌표가 비록 ’폐허‘이거나 ’심연‘이거나 ’수치‘의 한복판일지라도 말이다.

조혜림 콘텐츠 기획자(대중음악 평론가·한대음 선정위원)는 “한로로, 공원, 우희준이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들이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감정을 관리하지 않기로 선택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노래에는 감정을 설명하거나 극복하려는 서사가 거의 없다”고 특기했다.

대신 “불안은 해소되지 않은 채 남고, 결핍은 성장의 재료로 소비되지 않는다. 이들은 위로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의 상태를 끝까지 유지함으로써, ’정리되지 않아도 되는 감정‘의 존재를 정당화한다. 그 태도 자체가 이들을 동시대적으로 만든다. 또한 이들은 ’젊은 음악‘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의 불안이 어떤 소리로 남는지를 가장 솔직하게 기록하는 아티스트들”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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