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쏘리(Sorry)’로 데뷔한 4인조 밴드 ‘더 로즈’가 걸어온 길은 국내 음악 산업의 일반적인 공식과는 달랐다. 홍대 버스킹으로 출발한 한국 인디 밴드지만, 반응은 해외에서 먼저 터져 나왔다. 데뷔 직후 영국 런던과 벨기에 브뤼셀 등 유럽 순회공연을 돌며 이름을 알렸고, 미국과 남미로 빠르게 활동 반경을 넓혔다. 2023년 1만5000석 규모의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더 포럼’스타디움을 매진시켰으며, 2024년 미 최대 음악 축제인 ‘코첼라’ 무대에도 올랐다.
이들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더 로즈: 컴 백 투 미’가 14일 개봉한다. 영화를 연출한 이성민 감독은 4일 동아일보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제작을 제안받았을 때, 독립적으로 길을 닦아낸 밴드라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멤버들을 만나서 이야기해보니 꾸밈없이 자신을 다 표현하더군요. 그래서 ‘영화가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영화는 각자의 음악 인생을 살아오던 멤버 김우성와 박도준, 이하준, 이채겸이 만나 밴드를 결성하던 과정부터 차근차근 밟아간다. 인터뷰 및 동행 취재는 2023년 10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이뤄졌고, 이전 시간은 멤버들이 기록해 온 영상을 활용했다. 특히 박도준이 밴드 초창기부터 꾸준히 촬영한 영상이 영화의 뼈대를 이뤘다. 이 감독은 “몇 GB(기가바이트) 분량만 있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2TB(테라바이트) 분량을 받았다”며 “시리즈를 만들 수 있을 정도였다”고 했다.
영화는 아주 솔직하다. 2020년 소속사와의 전속계약 분쟁과 멤버 간 갈등, 개인적인 논란 등 아티스트로서 피하고 싶을 법한 장면까지도 그대로 담겼다. 이 감독은 “(다큐 편집 중) 조심스러운 건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애초에 멤버들의 솔직함 때문에 이 영화를 하게 됐거든요. 독립 뮤지션으로서 겪은 어려운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고, 그걸 하나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어요.”
미 LA에서 태어난 이 감독은 하줄리 감독과 공동 연출한 다큐멘터리 ‘프리 철수 리’로 2022년 데뷔했다. 1973년 중국인 갱단 총격 사건 범인으로 몰린 한인 청년 이철수 씨를 다룬 이 영화는 2022년 미 선댄스 영화제에도 초청 받았다.
영화 ‘더 로즈’는 지난해 미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관객상 3위에 올랐고,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선보였다. 이 감독은 “더 로즈를 모르는 분들, 록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자기 삶에 대해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엔 K팝 아이돌이 많지만, 더 로즈는 (팬층이 두텁지 않은) 록 음악을 하면서 자신만의 색을 드러냈으니까요. 자신들만의 음악으로 ‘치유’하려는 멤버들을 보면서, 모든 분들이 ‘힐링의 메시지’를 받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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