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파 스님은 “양국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도 조세이 탄광 참사를 알리고 유해 발굴을 묵묵히 진행해 온 일본 시민단체 ‘새기는 모임’과 한일 잠수부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며 “우리 정부가 이들의 공로를 인정하고 포상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고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본격적인 유해 발굴을 시작할 수 있게 돼 다행입니다.”
27일 서울 종로구 낙산 묘각사에서 만난 대한불교관음종 종정 홍파 스님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 사고와 관련해 정부 간 협력을 합의한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조세이 탄광은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앞바다에 있는 해저 탄광. 1942년 강제 징용된 조선인 136명, 일본인 47명 등 183명이 갱도 붕괴로 수몰돼 숨졌다. 관음종은 홍파 스님 주도로 2016년부터 매년 현지에서 위령제를 지내고 유해 발굴을 지원해 왔다.
―소식을 듣고 남다른 느낌이었겠습니다.
“참사가 벌어진 지 80여 년, 위령제 지낸 지 10년 만이니…감개무량하지요. 80년 넘게 차가운 바다 밑에서 희생자들은 얼마나 원통하고 힘들었겠습니까. 유해 발굴과 감식을 서둘러야지요.”
―10여 년 전만 해도 국내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태평양전쟁 중이던 일제가 사고를 은폐했습니다. 1970년대 중반에야 일본 역사교사인 야마구치 다케노부 씨가 실상을 알렸지요. 10여 년이 더 지난 뒤 일본 시민단체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요. 이후 국내에서도 간간이 뉴스가 났습니다만, 그리 주목받진 못했습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관음종은 어떻게 알게 된 것인지요.
“2015년 히로시마에서 열린 원폭 투하 70주년 희생자 추모 한중일 불교우호교류대회에 참석했을 때였어요. 당시 히로시마 총영사가 제 방으로 찾아와 일제강점기 수몰 사고로 한국인 136명이 희생된 곳이 있는데, 위령제를 지내줬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듣다 보니 기가 막혀 당시 대표단을 전부 불러 이야기하고, 관음종이 도맡아 종단 주요 사업으로 이듬해부터 현지에서 위령제를 지내고 있지요.”
―종단 차원에서 이 문제를 알리려 크게 노력한 걸로 압니다.
“작년 5월 위령제를 다녀온 뒤 국회의원 모두에게 자료집을 보냈어요. 8월엔 일본 시민단체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하 조세이 모임)을 초청해 기자회견도 열었고요. 이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이 문제를 다뤘고, 11월엔 행정안전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이 현지를 방문한 것으로 압니다. 지난 10년간 정치인이나 청와대, 관계 부처 관료들을 만나면 짧게라도 늘 설명했지요. 이런 과정이 모여 한일 정상회담 의제 채택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ㅍ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지난해 8월 처음으로 유해 4점이 발굴됐습니다.
“조세이 탄광은 갱도가 좁고, 시야도 확보되지 않아 굉장히 위험합니다. 작업이 어려워 들어가려는 잠수부가 거의 없어요. 그동안은 민간 차원에서 일본인 잠수사인 이사지 요시타카 씨와 한국인 부부 잠수사 김경수, 김수은 씨가 자원봉사로 참여했는데, 생업과 병행해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사비까지 들였으니까요.”
―다음 달 6일 현지에서 위령재가 있다고요.
“2월 3일은 수몰 사고 발생한 날이고, 6일부터 조세이 탄광 유해 발굴 조사가 다시 시작됩니다. 이에 맞춰 일본 ‘조세이 모임’에서 천도재를 지내는데, 우리 측에 참여를 요청했어요. 가을엔 한국불교와 관음종 주도로 위령제를 지낼 예정이고, 모금운동을 통해 ‘조세이 모임’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희생자 유해를 모두 모셔 올 때까지 계속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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