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띠해 특별전 ‘말馬들이 많네-우리 일상 속 말’
우리 일상과 민속, 신앙과 상상력 속 말 이야기
꼭두, 십이지신도, 하피첩, 무신도 등 전시
ⓒ뉴시스
말은 단순한 탈것이 아니었다. 사자(使者)를 태워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인간의 영혼을 인도하는 신성한 존재였다.
국립민속박물관 말띠해 특별전 ‘말馬들이 많네-우리 일상 속 말’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우리가 익숙하게 보던 말의 이미지 뒤에 숨은 신앙과 상상력, 그리고 일상의 역사를 한 자리에 모았다.
◆말, ‘길잡이’가 되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기마 인형들이 한 방향을 향새 서 있다. 모두 상여를 장식하는 인형 ‘꼭두다. 죽은 이를 저 세상을 안내하는 이 인형은 말이 어떻게 인간의 마지막 여정을 인도해왔는지 보여준다.
벽면에는 저승사자를 그린 ’직부사자도(直符使者圖)‘와 ’감재사자도(監齋使者圖)‘가 걸려 있다. 양 옆의 ’일직사자(日直使者)‘’와 ‘월직사자(月直使者)’ 인형은 각각 백마와 흑마를 타고 시간을 관장한다. 이승과 저승, 낮과 밤. 말은 경계를 잇는 존재로 등장한다.
‘무신도(巫神圖)’, ‘삼국지연의도(三國志演義圖) 10폭 병풍’, ‘십이지신도(十二支神圖)’ 등 다양한 그림에도 신성한 말들이 등장한다. 특히 ‘십이지신도’ 속 말은 중생을 보호하고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오신(午神)’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전시장 한가운데는 짧은 다리가 특징인 흰 조랑말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대여한 이 조랑말은 키 140㎝ 남짓. 과일나무 아래도 숙이지 않고 지나간다 해서 ‘과하마’라 불렸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경효 학예연구관은 “말을 단순한 승용(乘用) 동물이 아니라,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신성한 존재로 보여주고 싶었다”며 “우리나라 민속 안에 녹아 있는 말 관련 자료와, 지금은 천연기념물로 남아 있는 조랑말, 말의 안녕과 치료에 관한 내용이 담긴 ‘마의방(馬醫方)’ 같은 문헌들을 전시했다”고 설명했다. ◆세계로 확장한 ‘말의 역사’
올해 띠 전시는 국내 민속을 넘어 세계의 말 문화까지 시야를 확장한다.
말 발굽에 끼우는 편자, 행운의 상징으로 제작된 편자, 조선 후기 단원 김홍도의 ‘편자 박기’, 테오도르 제리코의 석판화 ‘플랑드르의 장제사’ 등이 나란히 놓여 한국 토종말과 서양 말의 차이, 말의 역사를 비교해 보여준다.
이 연구관은 석판화 속 편자를 박는 말과 조랑말을 비교하며 “몸이 가볍고 다리가 짧아 무거운 짐을 지고도 산을 오르며 스스로 발굽 관리가 되는 조랑말은 굳이 편자를 박지 않았다”며 “다리가 긴 말들은 달리는 용도여서 발굽이 빨리 닳아 편자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홍도의 그림 속 편자 박는 모습은 당시 왕실이나 외국 사신을 통해 외래종 말이 유입됐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덧붙였다. ◆역사 속의 ‘말, 말, 말’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의 이야기는 민속 유물과 함께 4컷 만화 형식으로 구성돼 관람객 이해를 돕는다.
88서울올림픽 포스터 속 고구려 수렵도의 말, 암행어사 마패 속 말, 역참의 마방에 있던 말, 한국전쟁 당시 미 해병대 군마를 형상화한 조각 ‘레클레스’는 우리 역사와 현대 문화 속 말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시장에는 ‘따뜻한 말: 행복 메시지’ 코너도 마련됐다. 이 코너에서는 토정비결(土亭秘訣)과 사주풀이 문화의 의미를 소개하며, 관람객들이 새해를 맞아 서로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도록 했다.
토정비결은 말띠 사람들은 목표를 한 번 정하면 꾸준히 밀고 나가는 강한 의지를 지녔지만, 끝이 다소 흐트러지는 경향이 있어 시끌벅적한 활동 속에 낭비나 유흥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당사주(唐四柱)에 따르면 말띠는 특히 부귀와 영화, 식복과 오복, 인덕과 도움 등 긍정적인 기운을 지녀 삶에서 여러 좋은 인연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운명으로 풀이된다.
◆보고, 듣고, 만들어보는 체험
박물관은 전시와 연계해 몽골 전통 악기 마두금 연주와 탱고 공연, 닥종이 편자 만들기, 양모 말 장식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이번 특별전은 사람과 말이 함께 걸어온 길과 우리 삶 속 민속문화, 말에 담긴 꿈과 기운을 따뜻한 시선으로 되돌아보는 전시”라며 “‘어떤 일이든 꾸준히 노력하면 결국 뜻을 이룬다’는 ‘마부작침(磨斧作針)’이라는 옛 말처럼 내년에는 각자가 처음처럼 꾸준히 노력해 그 뜻을 이루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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