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머리와 몸 이어주는 목… 인류 진화의 ‘연결 통로’

  • 동아일보

동물보다 유연하고 발성 범위 넓어
언어 통해 서로 소통하는 창구 역할
◇목 이야기/켄트 던랩 지음·이은정 옮김/384쪽·2만2000원·시공사


머리와 몸을 잇는 신체 부위인 목은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여러 행위를 가능하게 한다. 근육이 수축해야 고개가 자연스럽게 돌아가고, 후두가 여닫혀야 커피를 삼킨다. 말을 하려면 성대가 섬세하게 진동해야 한다. 약 3억7500만 년 전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온 인간의 조상에게서 생겨난 목은 이처럼 생명을 유지하는 통로이자, 언어를 통해 서로 소통하게 한 창구가 됐다.

미국 생리학자인 저자는 “왜 인류의 진화는 목을 만들었는가?”라는 참신한 질문을 던진다. 왜 하필 여러 신체 부위 중 ‘목’일까. 저자는 목의 아름다움과 취약성에 매료됐다고 한다. 오드리 헵번의 우아한 목선을 감탄하며 바라보듯, 목은 미적 관심의 대상이다. 동시에 찔리거나 음식이 잘못 넘어가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극히 연약한 부위이기도 하다.

이 책은 우선 목의 기원과 기능, 움직임을 다루며 목이 인류와 동물의 진화 과정에서 꼭 필요한 기관이었음을 보여준다. 우리 몸은 목의 혈관을 수초마다 박동시켜 공기를 들이마시고, 신체에 영양분을 공급한다. 목의 분비샘은 혈액 속으로 호르몬을 분비해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한다.

나아가 목은 인류 문명의 진화가 응축된 ‘문화적 기관’이기도 하다. 인간이 발성을 통해 소통하도록 독특하게 진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의 발성 통로(聲道·성도)는 다른 동물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유연하며, 발성 범위도 넓다. 덕분에 우리는 시를 읊고, 아리아를 노래하며, 친구와 다정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다.

목은 매력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수컷 퉁가라개구리는 순식간에 울음주머니를 부풀렸다 줄이며 암컷에게 구애의 신호를 보낸다. 이는 몸집이 커 보이는 시각적 효과와 매력적인 울음소리라는 청각적 효과를 동시에 노리는 전략이다.

책은 해부학과 생물학, 인류학, 정치학 등을 넘나들며 ‘목’을 경유해 인간의 역사를 읽어 나간다. 신체에서 그다지 큰 비율을 차지하지 않는 부위가 어떻게 우리의 생명을 지탱해 왔는지를 알게 되면, 인간이라는 존재의 정교함에 새삼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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