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 국가유산청장이 6일 서울시의 ‘왕릉뷰 아파트’ 등 종묘(宗廟) 인근 재개발 사업에 대해 “(고층건물 건축을 강행하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취소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다”고 말했다.
허 청장은 이날 오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저희는 실로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서울시는 종묘 인근 세운 4구역의 높이 계획 변경을 골자로 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을 고시했다. 이에 따르면 해당 구역에 들어서는 건물의 최고 높이는 약 141m로, 당초 계획된 높이인 약 72m의 2배 가까이 된다. 이에 유산청은 “유네스코 권고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이라고 반발했다.
허 청장은 “저희가 2006년부터 서울시에 공문을 보내고, 회의를 거치면서 유네스코 권고안을 따르라고 말씀을 드렸다”며 “그런데 아쉽게도 (서울시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간에 기습적으로 39층, 40층을 올린다고 변경 고시했다”고 했다. 이어 “아시다시피 종묘는 뛰어난 기술, 탁월한 경관으로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유산”이라며 “대한민국의 역사성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업을 강행하면) 부정적 영향을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또 허 청장은 “이 문제는 크게 보면 (사업 구역이) 100m나 180m (떨어져 있느냐), 혹은 그늘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국민과 함께 미래 세대에게 무엇을 물려주느냐 하는 부분”이라며 “미래 세대에게 세계유산을 물려줄 것인지, 아니면 미래 세대에게 콘크리트 빌딩을 물려줄 것인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시의회가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과 협의 없이 문화재 인근 개발 규제를 완화한 서울시 조례를 개정한 것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번 대법원의 판단으로 최근 142m 규모의 초고층 빌딩을 세울 수 있도록 상향 조정한 서울시의 종로구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재정비 사업 계획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사진은 6일 서울 종로구 종묘 모습. 2025.11.06. 뉴시스서울시 측은 “(세운 4구역은) 고도 제한 구역이 아니다”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세운 4구역은 종묘에서 약 180m 떨어져 있어 세계유산법이나 문화유산보호법상 고도 제한 구역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5일 ‘녹지생태도심 선도 사업 서소문빌딩 재개발 사업 착공식’에서 “세운 4구역 빌딩 높이를 높이면 문화유산인 종묘에 그늘이 생긴다는 우려는 잘못된 시각”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세운 4구역 재개발사업에 대해 “종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진 건 아니다”라면서도 “세운상가를 쭉 허물어 가면서 그 옆에 민간의 자본을 활용해 빌딩들이 지어지고 재개발이 되는데, 거기에 빌딩의 높이를 좀 높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빌딩 높이를) 높여주게 되면 거기서 만들어지는 경제적인 이득이 있다”며 “그 이득으로 세운상가를 허무는 데 필요한 종잣돈으로 쓰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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