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고 단순해야 성공한다”… ‘게임 원작’ 영화의 역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8일 03시 00분


혹평 받은 영화 ‘마인크래프트 무비’
관객들 열광… 8억7530만달러 수익
“이야기 빈약할수록 상상력 펼쳐
젊은 세대, 비디오게임 보듯 소비”

영화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단순한 이야기를 앞세워 흥행에 성공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폐업 직전, 먼지 쌓인 게임 가게 한구석. 허세만 남은 왕년의 챔피언 ‘개릿’(제이슨 모모아). 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 이상한 통로가 뻥 열리더니 그를 통째로 삼켜버린다. 정신 차려 보니, 나무도 산도 심지어 구름까지 네모난 세상. 먼저 요상한 세상에 도착한 ‘스티브’(잭 블랙)와 만난 개릿은 기상천외한 세계에서 엉뚱하고 황당한 대모험을 시작한다.

영화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이처럼 ‘예상 가능한’ 다소 뻔하고 단순한 이야기가 뼈대다. 원작 ‘마인크래프트’는 2009년 출시 당시부터 줄거리 없는 자유로운 플레이로 사랑받았던 게임. 영화 역시 탄탄한 서사보다 중간중간 폭소를 자아내는 연출에 중점을 뒀다. 영화적으로 허술함이 많다 보니 미국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비평가 신선도 지수는 48점. 망작에나 주는 ‘혹평’에 가까운 점수다.

하지만 관객 반응은 달랐다. 제작비 1억5000만 달러(약 2025억 원)가 들어간 영화는 지금까지 세계에서 무려 8억7530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영화에서 블랙이 부른 34초짜리 노래 ‘스티브의 라바 치킨(Steve’s Lava Chicken)’은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78위를 차지했다. 빌보드 67년 역사상 ‘가장 짧은 노래’라는 기록도 세웠다. 한국은 예정일보다 나흘 앞당겨 지난달 26일 개봉했는데 6일까지 109만 명이 관람했다.

이처럼 최근 게임이 원작인 영화들이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과거 약점으로 꼽히던 ‘헐거운 서사’가 오히려 영화 흥행에 도움이 되고 있다. 이야기가 빈약할수록 틀에 박히지 않고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쳤다며 호응을 얻는 ‘게임 영화의 성공 법칙’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게임 ‘마인크래프트’는 정해진 줄거리 없이 블록을 쌓아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게 특징. 이런 빈틈이 영화 제작진에게도 새로운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캔버스가 됐다. 특히 ‘밈(meme)’의 확장이 영화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이다. 닭 위에 올라탄 아기 좀비 캐릭터 ‘치킨 조키’에 10대 관객들은 열광했다. 팝콘과 음료를 뿌리는 관람 인증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도배했다. 미국에선 급기야 일부 관객이 살아있는 닭을 들고 극장에 나타나고, 폭죽을 터뜨리는 소동도 벌어졌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치킨 조키를 앞세운 미친 캐치프레이즈가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점령하고 있다”고 했다.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도 비슷한 성공 전략을 취했다. 유니버설픽처스 제공
이런 ‘단무지’(단순, 무식, 지맘대로) 경향은 다른 게임 영화에서도 드러난다.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2023년)도 마리오와 루이지가 납치된 피치 공주를 구하러 간다는 뻔한 이야기. 익숙한 캐릭터와 해맑은 세계관을 내세워 13억61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명탐정 피카츄’(2019년·4억5006만 달러)나 ‘슈퍼 소닉’ 시리즈(3편 합산 10억 달러) 역시 복잡한 스토리를 버린 게 오히려 약이 됐다.

향후 등장할 ‘젤다의 전설’과 게임 원작 영화들도 이런 성공 법칙을 적극적으로 따를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나 틱톡 등 짧은 영상에 익숙한 세대의 입맛에 맞춰 빠르게 몰입할 수 있는 요소를 강조하는 방식이다. 이지혜 영화평론가는 “게임 원작 영화의 주 관객층인 젊은 세대는 비디오 게임을 시청하듯 영화를 소비한다”며 “완성도보다 밈이나 유행에 바탕을 두고 10대가 공감할 문화 요소로 각색된 작품이 성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게임 영화#마인크래프트#개릿#스티브#영화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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