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탄 국수/쿄 매클리어 글·그레이시 장 그림·신형건 옮김/40쪽·1만6800원·보물창고
키보다 훨씬 더 높은 국수 그릇을 층층이 쌓아올린 쟁반을 들고 자전거를 타는 유명한 국숫집의 배달원. 아이들은 오늘도 경의에 찬 눈으로 그를 구경한다. 한 팔로 그릇 탑을 지탱한 채로 차들로 붐비는 거리, 공장, 큰 빌딩의 사무실, 상점가를 하루 종일 누빈다. 언덕을 오르고, 커브를 돌고, 움푹 파인 곳을 지나면서도 흔들림 없이 내달리는 배달원. 지친 다리로 쉴 새 없이, 해가 완전히 저물 때까지 배고픈 고객들을 향해 열심히 달린다.
보는 것만으로 탄성이 절로 나는 묘기 같은 국수 배달. 그가 하루 종일 쉼 없이 일할 수 있는 이유는 사실 그를 눈으로 좇으며, 응원하며, 기다리는 아이들 덕분이다. 늦은 저녁, 아빠가 퇴근하며 마지막으로 배달해온 달짝지근한 메밀국수를 온 가족이 함께 먹는다. ‘기억하는 것보다 항상 더 맛있는’ 그것을.
방식은 달라도 묘기하듯 쟁반을 머리 위에 층층이 올리고 시장을 누비던 배달원의 추억이 우리에게도 있다. 고단한 일상을 예술로, 곡예로 승화시키며 성실히 살아가는 이웃과 가족을 떠올리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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