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핑 포인트’ 말콤 글래드웰 신작… 약물 남용 심한 곳-적은 곳 비교
대중의 행동 이끈 유행 요소 분석… 공통 가치-슈퍼 전파자-대중 반응
특정 조건 충족하면 ‘빅 트렌드’로… 부정적 사례 다뤄 전작과 차별화
◇티핑 포인트의 설계자들/말콤 글래드웰 지음·김태훈 옮김/404쪽·2만원·비즈니스북스
약물 오남용과 같은 사회적 문제는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저자 글래드웰은 사람들의 행동을 지배하는 가치인 ‘오버스토리’,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슈퍼 전파자’, 구성원의 3분의 1이 영향을 받으면 극적으로 변화가 가속화되는 ‘매직 서드’가 급격한 전환점 즉 티핑 포인트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한다. 사진 출처 Pixabay
미국에서 마약성 진통제 남용은 사회를 좀먹는 큰 문제다. 인디애나주는 인접한 일리노이주에 비해 그 수치가 두 배 이상으로 심각하다. 빈곤율이나 소득 수준 등은 두 주가 비슷하다. 마약성 진통제를 많이 처방하는 상위 10% 의사들 수에 있어서 미 남부는 서부보다 세 배 가까이 많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낳았을까.
캐나다 출신 미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저자는 2000년 펴낸 책 ‘티핑 포인트’로 잘 알려졌다. 티핑 포인트란 한계점 또는 급격한 전환점을 뜻한다. 저자는 세상을 바꾸는 변화의 전파와 확산을 탐구하고 사소한 요인들이 어느 순간 큰 차이를 만들어 내는 특징들을 설명했다. 전작 ‘아웃라이어’를 통해 유명해졌던 ‘1만 시간의 법칙’(전문가가 되려면 최소한 1만 시간 이상 훈련이 필요하다는 개념)이나 전체 결과의 80%가 20%의 원인에서 나온다는 ‘파레토의 법칙’ 등이 그 책을 통해 더 친숙해졌다.
20여 년이 지나 나온 새 책은 원제가 ‘티핑 포인트의 복수(Revenge of the tipping point)’다. 원제나 서두에 든 사례에서 보듯 전작에 비해 한결 느낌이 어둡다.
“당시(2000년)는 새로운 밀레니엄이 도래한 때였다. 범죄와 사회 문제가 급감했다. 냉전은 끝났다. 나는 그 책에서 긍정적 변화를 촉진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지금은 다른 의문들을 품고 있다.”
새 책에서 그는 이전에 소개한 세 가지 대유행의 법칙에 세 가지를 추가한다. 첫째는 ‘오버스토리(overstory)’다. 사람들의 행동을 지배하는 공동체 내부의 가치를 뜻한다. 두 번째는 ‘슈퍼 전파자’다. 타인의 행동 방식을 바꾸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다. 세 번째는 ‘매직 서드(magic third)’다. 집단의 3분의 1이 바뀌면 극적인 변화가 시작됨을 말한다.
저자가 ‘포퓰러 그로브’라고 이름 붙인 익명의 지역은 청소년들의 학업성취도가 최상위권이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이곳에선 매년 청소년 한 명 이상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곳의 오버스토리는 바로 ‘완벽함’과 ‘성취’였다. 극단적 선택의 연쇄고리를 만드는 슈퍼 전파자는 완벽해 보였지만 세상을 ‘먼저’ 저버린 아이들이었다.
마약성 진통제 남용이 적은 지역의 오버스토리는 1940년대 캘리포니아주 마약단속국장을 지낸 폴 매든에게서 나왔다. 그는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을 때마다 처방전 세 장을 발급받아 한 장을 마약단속국에 보내도록 하는 ‘3겹 처방전’ 규정을 만들었다. 이 규정을 이어받은 지역과 이 규정이 없는 지역의 마약 현실은 극명하게 갈렸다. 마약 문제가 많은 지역의 오버스토리는 통증 전문의 러셀 포트노이에게서 나왔다. 그는 통증을 병이 가져오는 증상이 아니라 질병 자체로 규정하며 과감한 마약성 진통제 처방을 주장했다.
이 문제에서 슈퍼 전파자는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이었다. 2002년 유명 컨설팅회사가 제약회사 영업인력의 성적 향상을 위한 보고서를 만들었고, 그 답은 해당 약품의 처방전을 많이 쓰는 ‘상위’ 의사들에게 적극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도 주요 현안들에 대해 뚜렷이 갈리는 의견들로 갈등을 겪고 있다. 오늘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주장은 어떤 오버스토리를 갖고 있을까. 그 주장을 퍼뜨리는 슈퍼 전파자는 누구일까. 그 주장은 집단의 3분의 1을 설득했을까. 저자의 주장에 전부 공감하든 그렇지 않든 이런 점들을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그 ‘전염성’의 이면에 대한 더 나은 통찰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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