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책읽는곰·2021년)는….소년은 아침마다 자신을 둘러싼 낱말들의 소리를 들으며 깨어난다. 소나무 까마귀 달…. 하지만 어떤 것도 제대로 말할 수 없다. 소리들은 혀와 뒤엉키고, 목구멍 안쪽에 달라붙는 것 같다. 소년은 학교 가는 게 두렵다. 발표가 예정된 날에는 더욱 그렇다. 가장 좋아하는 곳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데 입이 꼼짝도 안 한다. 집에 가고만 싶다.
아빠가 소년을 데리러 왔다. 그리고 강가로 이끈다. 소년은 자신의 입을 보며 키득거리던 아이들이 떠올라 눈물이 날 것 같다. 아빠는 강물이 흘러가는 걸 가리키며 얘기한다. “너도 저 강물처럼 말한단다.” 소용돌이치고 굽이치며 부딪치는 강물이 보인다. 그렇다. 강물도 매끄럽게 흐르지 않는다. 소년이 말을 더듬는 것처럼. 소년은 학교 발표 시간에 그 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캐나다 유명 시인 조던 스콧이 자전적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시드니 스미스가 그림을 그렸다. 어린 시절 말을 더듬었던 조던 스콧은 학교에서 발표를 하는 날이면 아버지가 자신을 데리러 왔다고 한다. 어느 날 강물을 보며 아버지는 말했다. “강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이지? 너도 저 강물처럼 말한단다.” 자연의 움직임 속에서도 자신과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는 걸 알게 된 그는 자신의 입이 바깥세상을 향해 움직이는 것을 즐겁게 지켜볼 수 있게 됐다고 고백한다.
시드니 스미스는 소년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과 소년의 내면, 강가 풍경을 서정적인 그림으로 표현했다. 어두운 색채와 흐릿하게 묘사된 그림은 소년의 외로움, 두려움을 직관적으로 전한다. 물거품이 일고 굽이치는 강물의 모습이 소년의 눈에 비친 광경은 하나하나 방점을 찍듯 담았다. 햇빛에 반짝이는 강으로 걸어들어가는 소년의 뒷모습을 네 페이지에 걸쳐 그린 광경은 소년이 꾹꾹 눌러온 감정을 고요하게 폭발시키는 듯하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그림책이 빚어낼 수 있는 놀라운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다. 원제는 ‘I talk like a r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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