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vs 밤’ 맞붙은 두 여성 작가… 그 끝엔 ‘공존과 희망’

  • 동아일보

북서울미술관 타이틀매치 ‘돌과 밤’
홍이현숙, 인수봉 탁본한 신작 공개
염지혜, ‘밤’ 모티브로 영상 등 선봬
회화 등 39점… 내년 3월 30일까지

홍이현숙 작가의 신작 ‘당신이 지금 만지는 것―인수봉’의 영상 작품 스틸컷.
홍이현숙 작가의 신작 ‘당신이 지금 만지는 것―인수봉’의 영상 작품 스틸컷.
홍이현숙 작가가 베테랑 등반가들과 협업해 북한산 인수봉을 광목천에 프로타주(탁본)한 작품을 공개했다. 세로 11.25m, 가로 1.6m 광목천 6줄로 된 설치 작품과 작업 과정을 담은 영상, 인수봉의 소리를 담은 음향 1점으로 구성된 신작의 제목은 ‘당신이 지금 만지는 것―인수봉’이다. 이 작품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5일 개막한 전시 ‘돌과 밤’에서 볼 수 있다.

‘돌과 밤’은 서울시립미술관이 매년 여는 기획전 ‘타이틀 매치’ 시리즈의 올해 버전이다. 2024 타이틀 매치는 퍼포먼스 작가 홍이현숙과 염지혜를 초청해 10년 만에 여성 작가 2인전으로 구성했다. 두 작가는 기후 이변, 전쟁 등 세계가 처한 위기를 통찰하는 신작 4건과 영상, 설치, 회화 등 작품 35점을 전시한다.

홍이현숙 작가가 비석과 바위를 닦아내는 것은 인간과 비인간인 ‘돌’이 하나의 자연으로 서로 얽혀 있다고 보고, 그것에 직접 손을 맞대고 접촉함으로써 이해할 수 있다고 제안하기 위한 것이다. 또 그는 ‘돌’을 주제로 여러 작품을 선보였는데, 그중 하나인 영상 작품 ‘아미동 비석마을’도 새롭게 제작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 공동묘지로 사용됐던 부산 아미동 비석마을을 배경으로, 비석에 얽힌 상상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염지혜의 ‘마지막 밤’ 스틸컷.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염지혜의 ‘마지막 밤’ 스틸컷.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밤’을 모티프로 하는 염지혜의 작품은 ‘만일 지금이 이 세상의 마지막 밤이라면 어떡하나?’라는 위기감에서 ‘불’, ‘가속’, ‘지연’ 같은 개념들을 인간의 형태로 등장시킨 이야기를 영상으로 구성했다. 또 이 작품과 연결되는 영상 작품 ‘한낮의 징후’는 그러한 위기 앞에서 느끼는 불안감을 미술사 속 인물부터 파란 가재까지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그려냈다.

두 작가가 협업한 작품도 전시됐다. ‘돌과 밤’은 두 작가가 5개의 키워드로 작성한 짧은 글을 목소리로 주고받는 소리를 녹음한 것이다. 바다 생물과 인간의 몸 사이에 접점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바다생물 다라니’를 함께 읊는 것으로 시작해, 홍이현숙이 ‘버드나무가 돌아왔다’를 낭독하며 공존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전시는 내년 3월 30일까지.

#북서울미술관#타이틀매치#돌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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