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악기 그 연주 그대로… 베토벤 시대로의 초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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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시오 콰르텟, 내일 내한공연
베토벤 현악4중주 2곡 선보여
“당대 선구적이었던 음악 살려
그 시대의 황홀감에 다가갈 것”

베토벤 현악4중주를 베토벤 시대의 악기와 연주법으로 소개하는 나레시오 콰르텟. 왼쪽부터 첼리스트 비올라 더호흐, 바이올리니스트 요하너스 레이르타우어르와 도로테아 포겔, 비올리스트 프랑크 폴만. 제이에스바흐 제공
베토벤 현악4중주를 베토벤 시대의 악기와 연주법으로 소개하는 나레시오 콰르텟. 왼쪽부터 첼리스트 비올라 더호흐, 바이올리니스트 요하너스 레이르타우어르와 도로테아 포겔, 비올리스트 프랑크 폴만. 제이에스바흐 제공
“우리는 21세기 음악가이고 듣는 사람은 21세기 청중이다. 두 세기가 지나면서 우리가 듣는 것은 훨씬 풍성해졌다. 하지만 우리가 잃은 것도 있지 않을까? 그것은 베토벤 당시에 이 음악이 얼마나 획기적이고 선구적이었는지 느낄 수 있는 능력이다. 우리는 당시의 악기와 연주법을 사용함으로써 당대 청중이 느꼈을 놀라움과 당혹감, 황홀감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비올라 더호흐·나레시오 콰르텟 첼로 주자)

베토벤의 현악4중주를 베토벤 당시의 악기와 연주법으로 듣는다.

네덜란드의 역사주의 현악4중주단 나레시오 콰르텟이 5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내한 공연을 연다. 베토벤이 29세 때 쓴 현악4중주 1번 F장조와 26년 뒤인 1825년에 쓴 13번 B플랫장조 등 그의 전기와 후기 4중주 한 곡씩을 연주한다.

역사주의 연주란 ‘악기의 구조와 음색, 악보를 실제 연주로 표현하는 방법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으므로 작곡가가 생전 염두에 두었던 악기와 연주법을 되살려 연주해야 한다’는 흐름 또는 방법론을 뜻한다. 시대악기 연주, 고음악 연주, 정격 연주 등 여러 용어로 표현된다. 솔로나 오케스트라, 교회음악의 역사주의 연주는 들을 기회가 많아졌지만, 고전주의 현악4중주를 역사주의 연주로 듣는 것은 유럽에서도 흔치 않은 기회다.

바이올린 등의 현악기는 제작된 지 4세기가 넘어도 명품으로 취급되는 만큼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을 것으로 상상하기 쉽지만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 강력한 표현이 강조되면서 옛 거트현(동물의 창자를 말려 꼰 현)은 금속 현으로 대체됐고, 악기의 ‘목’은 더 길어졌으며 옛 명품 악기 대부분도 개조를 겪었다. 나레시오 콰르텟은 물론 베토벤 시대와 같은 구조를 지닌 악기를 사용한다.

2009년 창단된 나레시오 콰르텟은 창단 이후 베토벤의 현악4중주를 집중적으로 탐구해왔다. ‘나레시오(Narratio)’는 ‘수사학(修辭學)’이라는 뜻. 서울대 관현악과 교수로 재직 중인 요하너스 레이르타우어르(제1바이올린)를 비롯해 프랑크 폴만(제2바이올린), 도로테아 포겔(비올라), 비올라 더호흐(첼로)로 구성됐다. 네 사람 모두 유럽 역사주의 연주계에서 오케스트라나 실내악 단원으로 활동해온 베테랑이다.

이 4중주단의 첼리스트이자 이론가 역할을 맡고 있는 더호흐는 이번 연주에 사용될 19세기의 음악적 표현 기법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설명을 공개했다.

● 템포(빠르기): 여러 템포를 실험한 결과 전체적으로 일정한 빠르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규칙을 버리고, 19세기의 표현 기법으로 실제 연주에서 냈을 유연한 빠르기를 구현했다.

● 비브라토(떠는 소리): 베토벤의 우아하고 섬세한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 항상 강렬한 비브라토가 유용한 것은 아니다. 베토벤의 시대에 비브라토는 ‘특정’ 음이나 악구를 강조하면서 비브라토가 없는 음과 대조되는, 강조된 소리를 표현한다.

● 포르타멘토(음과 음 사이를 미끄럽게 잇는 기법): 베토벤 시대의 현악기 연주에서 포르타멘토는 인간의 목소리를 모방하는 중요한 표현 도구였다. 베토벤과 친분이 있었던 음악가들의 기록에 의하면 미끄러지는 음은 베토벤이 그의 실내악에 아름답고 영적인 성격을 불러왔다. 베토벤의 4중주 연주에서 중요한 파트너였던 바이올리니스트 슈판치히도 포르타멘토를 광범위하게 사용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나레시오 콰르텟#내한공연#베토벤#현악4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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